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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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오늘 두 사람.

sadsong sadsong
2005년 02월 03일 22시 13분 35초 1642 3 10
저녁 무렵,
<놀러가기로 했던거 취소됐어. 같이 가기로 한 친구의 친구가 새벽에 죽었대.>라는 문자메세지를
아는 동생으로부터 받아 보았다.


그 때 나는 친한 친구와 채팅중이었는데,
오늘따라 기분이 온통 썅이라는 그 친구는 화를 참아내지 못하고 연이어 신경질.
친구, 신경질 끝에 내게 던지기를
"내가 질문 하나 할테니까 돌리지 말고 대답해라."
"대답을 안했으면 안했지 돌리진 않는다. 뭔데."
"..행복하냐?"
"지랄하네. 아니. 됐냐. 그리고 그건 내가 너한테 가끔씩 묻는거 아니야 썅."
"...."
"오늘 왜 썅인데?"
"그냥.. 가끔 괜히 기분 더러울 때가 있지 않냐.."
"돌리기는.. 밥 안먹냐."
"밥 생각이 없다."
"집에 안가냐."
"힘이 없다.. 분당이나 와라."
"어딜가.. 숙제 해놔야 돼.. 우리 떠날래면."


컴퓨터를 끄고, 나는 맛있는 밥을 먹었다.


조금전 걸려온 전화.
다시 그 친구. 이제는 퇴근중인.

"어.. 왜..?"
"야.. 내가 오늘 종일 기분 더럽다 그러지 않았냐.."
"어.."

"....내 친구 죽었댄다."
"..어?"
"대학 친군데.. 오늘 죽었대.. 지금 전화왔어...."
"왜.. 사고로?"
"자살했대...."
"...."
"...."
"언제 만났어?"
"작년 11월인가..
근데.. 걔 애가 돌(돐)이거든..?
얼마전에 돌이었는데 못가봐서.. 미안해하고 있었는데...."
"...."


모든 기력을 잃고서 며칠 전 응급실을 찾아야 했던 우리 할머니는,
어젯밤 병실을 나서려는 내 귓가에 대고
알아듣기 힘든, 들릴 듯 말 듯 한 작은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이러다 오늘 밤에 죽을지도 몰라...."


친구는 지금,
우리 할머니 계신, 우리집 근처의 한 대학병원으로 향하고 있다.
조용히 누워있는 오랜 친구를 만나기 전의 어떤 기분을 가지고.



sadsong / 4444 / ㅈㅎㄷ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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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2월 3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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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mojolidada
2005.02.04 02:09
형 분당오면 연락이나 함 줘요. 썅!! 갑자기 5년전은 왜 생각나는거야.
uni592
2005.02.05 02:25
나 서해대교 싫어한다. 어떤 사람을 보냈던 다리다. 아마 음력 1월 5일인거 같은데... 아직도 그 사람들은 거길 가고 있을까?
Profile
sandman
2005.02.07 01:50
재미로 내 운세를 보니
나의 수명은 73세라고 한다...
흠....
73세가 되는 해에 기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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