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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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나를 달리게하는 세상 것들...

ty6646
2008년 05월 22일 06시 24분 39초 1849 1
걸어가는데 바로앞에 있는 신호등의 파란불이 깜박거리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다 달리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상하게도 난 달리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시원한 바람을 즐기며 달리고 있다.
미묘하게 조금 떨어진 건널목에 불이 들어오며 전차가 오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음이 울림과 동시에, 차단기가 내려오기 시작한다.
페달을 힘차게 밞는것도 모자라 아예 안장에서 엉덩이를 들고 달리기 시작한다.
켁켁거리며 건널목을 지나다가 차단기에 머리통 한대를 얻어맞고서야 겨우 세이프....-.-;;



백화점에 들어갔다.
바로 눈앞에서 엘리베이트 문이 막 닫히려고 하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달려서 외친다.
잠시만요.............스탑스탑.....-.-;;



집에 돌아왔을때 문을 열기위해 열쇠를 꺼내려는 순간
집안에서 전화벨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열쇠를 꺼내려는 마음이 조급해지고, 당황하다가 열쇠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문을 열자마자 전화기쪽으로 점프하듯 달려간다.



가끔은 똥누고 있는데 전화가 오기도 한다.
똥누는데 어떻게 받아하고 느긋하게 볼일만 보다가도
전화벨이 너무나 너무나 길고도 애달프게 울리면 마음이 기울기도 한다
거 누군지, 무슨 사연인지 듣고잡은 생각이 쓰윽 생겨버린다.
중간에 자르고 대충 닦고 개구리처럼 뛰어서 수화기를 드는 순간 끊겨버린다
전화기 옆에서 똥꼬 간지러운 모양새로 기다려보지만 다시 걸려오지는 않는다
누군지 죽여버리고 싶은 살의를 품고 다시 화장실로 달려간다



오늘도 상쾌한 아침을 생각하며 여유롭게 걷다가
내가 타야할 버스가 막 도착한 것이 보인다.
방금전까지의 여유는 온데간데 없고, 버스를 향해 일직선으로 눈썹이 휘날려라 달린다.



지하철을 갈아타야할 때
전차에서 내리는 순간 내가 타야할 전차가 막 들어오는 것이 보이면
평소 아프던 무릎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계단을 두서너개씩 막 건너뛰어 달린다.










날씨가 화창하다
빨래를 널어두면 좋았을 것을 하고 생각해본다
나의 삶은 너무나 평화롭고 조용하고 무난해보여서
내 마음도 조용하고 무난하다...



미얀마의 재난의 절반은 군정부의 학살과 다름아니고
중국 사천성의 재난은 경제발전을 위해 목숨을 잡아먹는
이명박 정부와 비슷해보인다.



고교시절 친구가 지어준 내 별명중 하나가 와룡이었다.
와룡이란 하늘을 날지 않고 누워있는 용을 말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어쩌면 평생 하늘을 나는 꿈만 꾸는
와룡으로 저물지나 않을까하고 잠시 걱정도 해본다.



바쁘지는 않는데 여유가 없다.
산책할 시간도 없고, 책장을 넘길 여유도 없다.
잠자는 시간도 빠듯하여 늘 피곤하고 흐리멍텅하다
그렇다고 내가 지금 해야할 일을 쌓아놓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세월이, 마음이 나를 바쁘게 몰아가고 있는 것 같다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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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dman
2008.06.03 22:48
뭐 어느 책에서 보니까..

중요한 일부터 먼저 해라고 하더군요..
급한 일이 아니라..

그리고 아침 세수하면서 거울 보며
오늘 할 일을 생각해 봅니다.
그것이 내 인생에 과연 중요한 일이냐는 질문을 하고..

몇 일을 아니다 라고 고개가 저어지면..
하시는 일들을 총체적 점검 하시길..

(저도 안되는 것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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