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범이 도망간 이유

montazu
2003년 05월 17일 09시 53분 34초 2566 5
전라북도 고창에서 6회차 김춘추 캠프 촬영을 했습니다.

촬영 이틀 전, 일부 스탭들과 감독님이 선발대로 내려갔습니다.

일단, 가까이 있다고 생각한(?) 울 영화의 메인 세트장인 부여로 갔지요.

엄청 덥습디다....--;; (생각나는 건 이게 답니다)

얼마전의 폭우로 질퍽질퍽했던 황산벌판은 이제 겨우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미술팀을 비롯 제작실장과 연출부 한 분이 내려가 ㅈ ㅗ ㄹ라게 땅파고 모래 쏟아붙고..

겨우겨우 배수로를 내어 140톤의 모래를 쏟아 부었답니다.

거기 스탭들은 이미 현지인이 다되다 못해 토인같습니다.

겨우 땅이 말라가서 서둘러 세트 복구 공사를 해서 이제 겨우 윤곽을 드러내고 있더군요.

당연히 촬영 일정은 미뤄집니다.

오후쯤 고창으로 출발했지만, 도착하니 이미 밤이더군요.

벌써 숙소로 내려온 정진영 선배님과 안내상 선배님이 미소로 맞아 주시더군요.

당빠 감독님, 촬영감독님, 피디님, 배우님들은 얼큰얼큰 한 잔씩들 하시고, 연출부와 제작부는 간단하게 고스톱 한판 치고..

(제작부... 역시... 돈이 걸리니까 눈빛부터 달라지더군요. 급기야 싹쓸었더랍니다. ㅋㅋㅋ)

차에 탈 곳이 없어 미쳐 부여에서 출발하지 못한 조감독님... 소품팀 차 얻어타고 오겠다더니 해뜨고 도착하셨습니다.

선발대로 내려간 사람 중에 홍일점! 연출부 리~~양..

독방을 썼더랍니다. -.- (솔직히 내려오기로 한 미술팀 여자 한 분이 있어서 일부러 잡은 건데, 해뜨고 도착할 줄은 몰랐죠)

엎치락 뒷치락 하다 간신히 잠이 들었는데, 전화벨이 울립니다. 받을 때까지 울리더군요.

<여보세요?>
<어, 난데.. 뭐하냐?>
조감독님 입니다... 새벽 4십니다.
<뭐하긴요... 자..>
<어, 나 소품팀이 늦게 와서 이제 출발해>
<아, 예... 조심해서 오세요>
<어, 별일 없지?>
<그럼요...근데,..>
<알았어, 이따봐.>
뚝...

억울하더군요. 어떻게 든 잠인데... 사실 새벽 두시까지 감독님 전화만도 몇번이었는지...

암튼 곧 올 것 같아 잘까말까 고민하다 살포~시 잠이 들어 버렸답니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냥 눈이 떠졌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습니다.

외간남자가 방문 앞에서 쳐다보고 있더군요. 헉!!

<엇, 누구세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후다닥 나가버립니다.

반사적으로 튀어 방문을 잠갔습니다. 가슴이 콩닥거리고 손이 떨리더군요.

리~~양의 방, 앞 방에는 장기 투숙객이 문을 홀라당 열고 놓고 있고, 샤워하는 동안 낯선 남자들의 목소리를 들은터라

다른 사람이 방을 잘못 찾았나 싶더군요.

하지만, 철문을 잠그고 방 문도 꼭 잠가 놓았는데, 문이란 문은 활짝 활짝 열려 있더군요.

일단, 철문을 너무 잠그고 싶었지만, 도저히 손이 떨려 일어나지도 못했습니다.

소리를 질러야 하나... 고민하다 프론트로 전활 걸었죠. 졸던 주인 아저씨, 잠이 깬 듯 하더니만 아무래도 올라올 기척이 보이질 않자,

연출부 오빠한테 잠시 와달라고 전활 겁니다.

자다깨서 부득이 와갖곤 대뜸 한다는 소리가 "꿈꾼거 아니에요?"하곤 걍 가더랍니다.

이론이론... 꿈일까?

한시간 후, 간신히 진정하고 tv에 몰두해 보려는데, 인터폰 소리가 납니다.

경찰 아저씨랍니다. 이것저것 범인의 인상착의를 묻더군요.

그리곤, 윗층 부부는 현금을 모두 털렸다더군요. 그런데, 유일한 목격자는 리양이랍니다.

<음.. 얼굴을 보진 못했는데, 키는 170정도? 마르고, 머리는 짧고,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긴 회색 폴로티에, 청바지를 입었어요.>

딱... 촬영 감독님이 떠오르더군요. --;;; 혹시...?

마침, 도착한 조감독님이 경찰과 마주선 리양을 보고 눈이 똥그래 집니다.

15분 후, 다시 경찰이 찾아와 의심가는 용의자가 있으니 확인을 해달라는 것입니다.

<혹시 범인이 찢어진 청바지를 입진 않았나요?>
<그건...>
<머리는 얼마나 짧던가요?>
<그게...>

옆에서 조감독님이 어이없다는 듯 풋! 웃습니다.

<아저씨, 그 사람들 저랑 같이 온 사람들이에요>

결국 아저씨는 뒤늦게 도착한 소품팀 남자 4분을 한 팀으로 보아 싸잡아 일당으로 여기고,

그 중 인상착의가 비슷한 사람을 용의자로 주목한 것입니다.

오전에 간단히 헌팅을 하기 위해 촬영, 조명 기사님을 만났지만 감독님까지 아무도 모르던 일이었죠.

모두들 놀라기만 하셨습니다.

조명기사님 <그러고보니... 지갑에서 2만원이 없어졌어>

모두 외면 했습니다. <어제 술 산거 아냐?>

헌팅을 다녀오자 숙소에 있던 분들이 모두 밖으로 나와 모여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모두가 도난을 당한 것입니다.

자고 있는 사이 다 문을 따서 그 방 안의 현금과 차 키를 빼서 차 안의 현금을 훔쳐 간 것입니다.

정진영 선배님 차 키도, 조명기사님 차 키도 모두 차 안에서 발견되고, 정선배님 매니저 분이 어젯밤 술사러 갔다 놓고 내린

지갑을 냅다 훔쳐 감으로서 사건이 밝혀진 것이랍니다. 물론 조명기사님 차 키가 차 안에서 발견된 걸 알긴 했으나, 훔칠만한 게

없었기 대문에 잃어버린 것도 없어 모두들 '술김에...'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암튼, 모든 방을 다 털고 마지막으로 들어간 리양의 방에서 훔치러 들어오기 직전에 리양에게 걸려 버려 냅다 도망간 것이랍니다.

모두들 자느라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고, 그래서 유일한 목격자가 된 것이지요.

오후쯤 서울서 내려온 전 스탭들... 이미 그 사실을 모두 알고, 서울 사무실에서도 이미 이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더랍니다.

그러자 어디선가 들여오는 말...

<절도범이 리양의 얼굴을 보고 도망갔다!>라는.... ㄱ ㅗ ㅣ 소문이 떠돌기 시작...

아직도 리양은 <나의 예쁜 얼굴에 깜짝 놀라 도망간 것>이라고 잠정적 결론을 내립니다.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feel
2003.05.17 13:40
그래두 사람 다치지 않은게 다행이네여.....
chacha999
2003.05.19 13:20
전대를 차고 다녀야 겠군여 - -
theather
2003.05.19 17:33
역시 리양의 딱 벌어진 어깨와 얼굴의 파워가 여기서 나타나는군......
절도범이 너의 방에서 도방간 것에는 어떤 특별한 사연이 있을 것이야
촬영잘 되어가고 있는것 같아 기분이 좋다
올해는 너에게 돈이 마구 굴러오는 해라고 했으니 열심히 해서 좋은 열매를 맺었으면 좋겠구나!!!
글구 황산벌팀 화이팅입니다. 좋은 영화 찍어서 대박하세요
raincarnival
2003.05.21 02:05
후하하~ 놀라 도망갈만하징... ^^ 고생이많소! 난 편집실에서 헤매고 있소! 리양~!^^ 설오믄함봐 언니! 수고.
fjuny
2003.08.06 03:56
정확히 정선배님매니저가 도난당한액수는 16만 8천원이라는 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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