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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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그의 속눈썹은 길었다.

jfilm
2005년 11월 13일 23시 44분 10초 1614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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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속눈썹은 길었다.

눈감은 그의 옆모습, 난 그걸 보는게 좋았다.
길게 내뿜는 담배연기 속에 반쯤 감긴 그 눈빛이 좋았다.
찬란한 희망과 수없이 많은 재주를 지녔던 내게 유일한 쉴 곳은 그와의 시간뿐.

그렇게 사랑이 깊어 갈수록 난 괴로워져 갔다.
돈. 크나큰 대박.
무턱대고 널 믿는 다는 건 사랑이란 이름에 횡포였어.
만약 나의 행복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너만큼 아껴줄 수 있는 사랑이 있다면, 난 떠나야 한다고 내 자신을 설득 시켰어.
둘 다 배고플순 없으니깐.
그게 내 인생을 위한 마지막 배려라고 생각했어.

어느덧 너는 지쳐 갔었지.
대박낼수 있다고 큰소리 뻥뻥 쳤던 너에게 그때 난 눈물을 흘렸던가.
너를 떠나면서 그때 너에게 남을 수 없었던건,
데뷔가 얼마나 힘든지 알고있는, 영화판이 얼마나 비열한지 알고 있는 내 자신이 미웠기에,
비겁한 내 자신이 나도 싫었기에.

그 후론 다신 그를 볼 수 없었다.
친구들의 얘기로는 모든 조건이 아주 좋은 그런 여자와 선을 보곤 곧 결혼을 했다고 한다.
그리곤 곧 서둘러 어느 먼 나라에로 떠났다고 한다.
그곳에서 입봉해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말을 남긴채.
충무로에서 멀리. 아주 멀리.

그 모든게 아름다웠던 말하기에 웃내 가슴 뛰는 기억들.
그를 위해 난 몇 편의 시나리오를 만들었썬던가.
죽고 싶도록 보고 싶어 했던가.
난 지금도 그를 생각하며 울음 대신 핏빛 시나리오를 토해내고 있는데.

가끔은 마음이 흔들렸지.
속 눈썹이 긴 남자를 보면.

하지만 내가 사랑했던건 그 속의 너의 모습.
내가 널 잊어주길 바라니.
그렇다면 미안해.
내 모든 시나리오 속엔 니가 있으니까.
제발 그곳에서 성공해줘.
제발 나의 sk8er boy가 되줘.
땅을 치고 성공한 널 못잡은 나를 후회하게 해줘.

아직도 나를 용서 못하니? 너를 버렸다고 생각하니?
끝까지 그렇게 안다면 난 너무 가슴 아파.
그래도 너무 미워 하지마.
나도 댓가를 치뤄.
너 이후론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으니...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sandman
2005.11.14 00:46
실제인지 상상인지 구분이 가질 않는 군요.

사랑은 잊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옮겨가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유행가 가사처럼 인생이란 통속적이거늘

무엇이 두려워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밤에 쓰니 좀 감상적이게 되네요 ^^;)
73lang
2005.11.14 03:41
에이브릴 라빈의 sk8er boy가 배경음악으로 깔렸으면 더 좋았을뻔 혔소...

님의 글을 읽다봉께여

강도하의 위대한캣츠비라넌 만화에서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와

옥탑방에서 7년을 함께 살았던 친구이자 그녀의 남친을 남겨두고 떠나던

하운도가

택시를 잡아타고

"손님 어디까지 모실까요"라는 택시기사의 물음에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이라고 적혀 있는 백밀러에 비치던

그와 그녀가 있는 달동네를 바라보면스롱

"멀리 갑시다! 방해받지도 않고 방해할 수도 없는.." 이라던 명장면이

떠오르넌고만요



연애도 제대로 모대본 놈이 한마디 허자면여

술로도 담배로도 메까주지 모다넌 것이

시간이 메까주도만요

우겔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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