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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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밤샘

rudwls103
2008년 12월 18일 10시 06분 59초 1993 2
시험과목 없는 전날이기도 하고 잠도 좀체로 오지 않아서 어쩌다 보니 밤을 샜다.
몇 글자 끄적이며 시간을 보내던 중 출출해졌다.
귀찮았지만 좀 떨어진 편의점으로 주전부리를 사러 갔다.
과자 한 봉지, 음료수, 초콜릿, 그 외 기타등등...

적당히 챙겨 나오며 주머니를 확인해 보니, 아뿔사...
아파트현관 카드키를 안가져왔구나.

날은 춥고 어둡고, 가족들은 모조리 잠들어 내가 나갔는지도 모르는 상황.
차마 호출을 눌러 가족들을 깨울 수 없어 계단 밑에 쪼그려 앉아 사람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너무 어둡다고 생각하면서,
하얀 입김에서 담배연기를 떠올리면서.

동이 트려 하는지 세상은 눈 안에 파란 셀로판지를 만든 렌즈를 넣은 것 처럼 온통 파란색이 되었다.
날씨는 더 추워지고 나는 몽롱하게, 내가 얼음물에 담겨 있는거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투명한 컵에 담긴 파란색 얼음물. 그 안에서 의식없이 오르락 내리락하는 나의 육신을 상상하다가
그러다가....동이 텄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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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oson
2008.12.18 12:18
나이 더 먹으면 가족의 잠을 깨우는것 쯤은 일도 아닙니다.

내가 추운게 먼저가 되지요...

다음날 귓싸대기 한대 맞더라도 내 몸 하나 따뜻한게 더 좋습니다.

남은거라곤 몸뚱아리 한개가 전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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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zypunk81
2008.12.19 11:28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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