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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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북송

ty6646
2012년 02월 23일 23시 14분 41초 2777 1

2012. 2. 23. 목. pm 10:41

 

 

 

 

 

 

관광객이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걸어서 지나가는 그 길로

한 낯선 차가 지나간다. 그 안에는 남자와 여자와 아이들이 타고있다

북한으로 여행떠나는 가족이다. 아주 먼 여행을 떠나는 길이다.

다시는 되돌아오지 못할 아주 먼 여행....

 

 

분명 먹을게 없었을 것이다.

이대로가면 죽을게 뻔했을 것이다

그래서 남편이 아내에게 말했을 것이다

가자

 

 

아내는 만류하기위해 남편의 손을 잡았을지 모른다

주위에 죽어가는 사람들, 나이들어 뼈만 앙상한 노인들을 보면서

남편은 이래죽나 저래죽나 마찬가지라면 한번 해보자라고 설득한다

끝내 남편은 아내와 아이들의 손을 꾹 잡고 함께 강을 건넜을 것이다

 

 

헐벗은 모습으로, 제대로 먹지도 못한채 숨어지내다가

중국경찰의 거친손에 잡혀, 마치 철삿줄에 꽁꽁 묶여 맨발로 맨발로

절며절며 되돌아보며 끌려간 반세기 전 그 미아리 고갯길처럼 그렇게 끌려 갔을 것이다

 

 

3월의 하늘, 3월의 꽃봉오리, 3월의 바람은 푸르고 맑았을 것이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평온한 모습과 웃음소리가

꿈결속에서 들려오는 듯이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내 아이들에게도 저 호빵하나 먹여주고 싶다

너도 여잔데 머리꼴이 이게 뭐냐.

마지막으로 니 머리나 한번 예쁘게 빗겨주고 싶다

 

 

혼자갔어야 했는데...  이렇게 가는 길이라면

혼자가다 잡혀서 나 혼자 죽어야 하는건데...

아이들아 미안하다. 여보 미안하다.

 

 

먼 훗날의 통일보다는 지금당장

대한민국 최정예 특공대를 보내서

저 가족의 목숨만이라도 살려내면 좋겠다라는 상상을 해본다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mojolidada
2012.03.03 18:39

아주 오랜만에 ty6646님의 글을 읽어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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