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시간들, 이야기들.

weirdo
2004년 01월 21일 03시 35분 46초 2977 4 2
(다소 개인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진짜 작업장 냄새나는 작업일지를 쓰기에 앞서, 지나온 자취들을 짧게나마 훑어보고 싶은 욕심에....)

사실 '꽃봄' 작업일지 방을 채워주실 분들이 저 말고도 많이 계시지만,
아직은 초기라서 그런것도 있겠고..
상대적으로 조금 더 먼저 참여했던 제게
지난 시간들, 초반 이야기들을 사사삭~ 털어내고 마무리할 기회를 주시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털어냅니다.


2003년 2월 21일.
목동에 있는 양* 경찰서에서 사무집기들과 씨름하며 4만원에 몸을 팔고 있을 때 걸려온 감독님의 전화.
그렇게 처음 찾아갔던 곳이 '씨즈 엔터테인먼트'였어요.
(기본은 지키는 인간으로, 샤워는 하고 갔었고,
이미 며칠전에 감독님을 잠깐 뵙고 영화에 대한 간략한 소개 정도는 받은 뒤였었죠.)

감독님 도착 전이었던 그곳에선,
사무실 막내쯤으로 여겨지는,
저와 비슷한 또래이거나 좀 어려보이는 여자분이 반갑게 맞아주셨는데..
곧 밝혀지고 말죠. 저보다 네살 많은 피디님으로.
(네, 그래요. 제가 사람 나이 잘 못 맞춥니다. 인정한다구요. 안되는걸 어떡해요.)

아무튼, 그동안 하루하루 빈둥거리며 놀고먹던 저에게,
새로운 분위기의 '꺼리'들이 덤벼들기 시작하게 되는 시점이었던 거지요.


술도 마시고, 꽃봄 이야기도 하고,
음악감독님도 만나고,
술도 마시고, 꽃봄 이야기도 하고,
영화도 보러 다니고,
술도 마시고, 꽃봄 이야기도 하고,
강원도에 헌팅 비슷한 것도 며칠 다녀오고,
(지금 저 위에 보이는 제 AI도, 그 당시 찍힌 '몰카'들 중 한 컷입니다. 아마도 동해 대진항..)
술도 마시고, 꽃봄 이야기도 하고,
이런저런 분들도 만나고,
술도 마시고, 꽃봄 이야기도 하고,
열심히 하던 조깅도 끊고,
술도 마시고, 꽃봄 이야기도 하고,
시나리오 쓴다고 머리를 쥐어 짜보기도 하고,
술도 마시고, 꽃봄 이야기도 하고,
본업 찾아 잠시 외출도 했다가,
술도 마시고, 꽃봄 이야기도 하고,
저주의 2003 여름도 보내고,
술도 마시고, 꽃봄 이야기도 하고,
강원도에 헌팅이나 취재 비슷한 것도 또 여러날 다녀오고,
술도 마시고, 꽃봄 이야기도 하고,
감독님 작업실에 '글기계'로서 한동안 감금도 되고,
술도 마시고, 꽃봄 이야기도 하고,
요리를 즐기시는 감독님이 손수 만들어주신 보양식들로 힘도 불끈 해보고,
술도 마시고, 꽃봄 이야기도 하고,
강화도나, 남이섬이나, 선운사 같은 곳으로 바람도 쏘이러 다녀오고,
술도 마시고, 꽃봄 이야기도 하고....

그러다가.. 그러다가....

2003년은 휙- 하고 사라져 버린거예요.
그래도 되는건진 모르겠는데, 사라졌어요 그렇게....

아니, 2003년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는(어쩌면 우리 아닌 다른 사람들은)
새천년이 어쩌구, 밀레니엄이 저쩌구 하면서,
이 세상이 어떻게 되어버리는 것처럼 호들갑 떨던 그 때로부터
어느새 4년만큼 훌쩍 달아나고 있는거죠.

이제 하루만 더 지나면,
음력으로도 더 이상 버텨볼 수 없는....

말 나온 김에(보통 이런식으로 말들 하지만, 애초에 의도된 것일 가능성이....),
새해 웃을 일들 많이 생기시기 바랍니다.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njiroo
2004.01.21 16:29
이틀전 삼실에 널러 갔었는데 최피디님은 회의를 하시는지 안보이시구
정실장님만 만나구 왔슴다.
담에 널러 갈때는 맛난거 사주세요~
지금까지 "박"이었슴다!
silbob
2004.01.21 18:23
현장에 놀러갈께요.빠가송님..
weirdo
글쓴이
2004.01.21 19:05
"내가 '빠가'가 되었다는 사실을 적들에게 알리지 말라...."
놀러오시면, 알아서 모시겠습니다.
남들 시선 닿지 않는 그곳에서, 은밀하게.. 어둑어둑하게....
cryingsky
2004.01.22 21:59
훔훔.. 오셨었군요.. 안뵌 지 넘 오래 됐습니다. 엔지루님... ^^
새해 복 많이 바다요~!

그 피디가 어려 보였다는 말을 오프에서 하셨을 때, 입에 발린 아부인 줄로만 알아들었씀다..
진심을 진심으로 바다들이지 몬하고.. 흑흑..

자주 와서 수다 떨고 싶은데, 그러기엔 어깨가 좀 무거버서리.. -_-
빠가송님의 재밌는 작업 일찌를 자주 볼 수 있기만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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