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서 쓰는 서울 이야기 <2> - 날짜까지 짚어주는 여러가지 이야기.

weirdo
2004년 01월 29일 01시 56분 49초 2706 2
<2004년 1월 14일>
연출부 제작부 모두 참여한 '씬 분석회의'가 밤새도록 진행되었습니다.
'브뤠잌 따운'이라고 멋지게들 표현하시던데..
저는, "뤠디~ 액쎤!" 이란 구호(?)도 별로 마음에 안들긴 합니다만.
뭐.. 어쨌든.

제작실장님의 발빠른 움직임으로,
강남역 인근의 회의장소겸 숙소가 신속, 저렴하게 섭외되었고,
촌스러운 우리들은, 그곳의 화려한 인테리어와 각종 편의장치에 감탄도 하며..
강남역의 새벽거리를 훑어온 제작부님들 덕에 맛있는 야참도 먹으며..
열심히, 재미있게, 허리 아프게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날이 새도록.

대충 해가 높이 떠오를 즈음 눈을 떠서는
바로 사무실로 합동출근.

다시 여의도로 가서 진행된 또 한번의 아역배우 오디션.


<2004년 1월 17일 ~ 1월 20일>
저는 제작부 한분과 같이 강원도에 내려와 헌팅을 다녔습니다.
'꽃봄'에 등장할 바닷가, 횟집, 분식집, 기차역, 파출소, 탄광, 병원, 캬바레, 주인공 집, 학생 집 등등....
(죽 늘어놓고 보니, 꽤 열심히 일한것 처럼 보이는군요.)
첫날은 강원도 윗쪽에 폭설주의보도 내리고 그랬던 날인데,
네바퀴 굴림 차를 준비한 덕분에 가져간 체인을 장착하지 않고도 강원도 산길을 무리없이
떠돌 수 있었죠.
(사실, 한번쯤 체인을 감아볼까 하다가.. 아주 조금 해보다가.. 귀찮아서 그만뒀습니다. 저는 잘 돕지도 못했고.)
기억나시겠지만 돌아오는 날엔, 영동고속도로를 잘 달려 경부고속도로로 접어드니 갑자기 폭설이 내리더군요. 그렇게 퍼붓는 눈을 본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설 연휴와 맞물려 상.하행 모두 거북이 걸음이었습니다..
눈길을 기어 밤늦게 도착한 사무실엔,
모든 분들이 저희를 기다리시느라 집에도 가지 않으시고.. 아..
게다가 피디님 이름이 꾹 박힌 설 '떡값' 봉투까지 저희를 맞아주더군요. 아..


<2004년 1월 25일>
아역배우 2차 오디션.
두번에 걸친 1차 오디션에서 추려진 아이들이 이번엔 사무실을 방문했습니다.
이번엔 감독님, 조감독님 이하 다른 연출부들도 함께.... 하려던 차에,
최민식씨께서 연락을 주셨네요.
컨디션도 안 좋으시다는데.. 아역 오디션이 있다고 하니, 번개처럼 사무실로 와주셨습니다.
직접 오디션 대사까지 받아주시네요.
(영화상에서 최민식씨가 가르치게 되는 아이들이니 꽤 밀접하다고 할 수 있죠.)

좁은 사무실 방 안, 작은 원탁 하나 사이로,
최민식씨 포함, '시커먼' 아저씨들 일곱에 그나마 덜 시커먼 아줌마 한명까지 '바글대는' 자리.
그런 분위기에서 처음 잡아보는 트럼펫 불어가며, 눈물 펑펑 쏟아가며 연기를 해내는 아이들은 참 대단한거죠.
감독님과 최배우님은.. 또 시켜보고 또 시켜보고..
한 아이당 30분씩은 걸렸던 것 같습니다..
끝내고 돌아가던 길에 전화받고 다시 불려온 아이도 있고.

시간이 길어지면서..
식사를 안하고 오셨다는 최배우님이 중간에 잠시 자장면 곱배기를 시켜 드시는데..
정말 무섭도록 맛있게 해치우시더군요. 침 고여서 혼났습니다.
'오늘 저녁은 무조건 자장면이다!'라는 다짐을 새기며 이를 악물고,
오디션을 어렵사리 끝낸 뒤 방을 나온 제 앞에 놓여져 있던것은.. 핏자였습니다.
자장면에 대한 뜨거운 열망이 단번에 꺽이긴 했지만, 나름대로 맛있긴 했죠.


자, 바로 다음날, 26일은 2차 오디션을 본 아이들 중 다시 가려진 일곱명을 데리고
강원도 도계로 떠나는 날입니다.
왜 떠날까요?
'꽃봄'의 모델이 된 그 중학교 관악부 아이들이 5일간의 겨울합숙에 들어간다는 정보를 입수,
그 합숙에 연기자 아이들을 참여시키려는 계략이죠.
최종 오디션(한번 더 걸러내야 합니다)을 겸함 '관악부 체험'쯤 될까요?
그냥 체험이라고만 하기엔 좀 부족하겠네요.
'꽃봄'의 진짜 주인공들을 만나는 자리이고, 그 도계 아이들 역시 '꽃봄'에서 활약해줄 예정이거든요.

자, 그럼 다음 글부터는 강원도 이야기가 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 지금 저(를 포함한 여러분)는 강원도에 있습니다.
이곳에 오기까지 있었던, 지난 얼마간의 서울 이야기를 정리한 셈이고,
밀린 숙제 뒤늦게 몰아서 해치운 셈이기도 하죠.

* 확인도 못하고 급히 담아 오기만 한 사진이 있어 일단 올리는데,
나중에 좀 보기좋게 바꿔서 올릴까 말까 생각좀 해보죠.
지금 이 컴퓨터엔 사진을 요리할 그 어떤 프로그램도 없습니다.
(사진속 등장하는 두사람 중에 한사람은 '감독'이고 한사람은 '배우'입니다.
그분들께 허락도 받지 않고 사진 올려도 되나 모르겠어요. 무단배포 절대 안됩니다.)

* 또 하나 걸리는 것은,
불가피하게 제가 한 일들만 기록했고, 하고 있는데,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 시점에, 다른 분들에 의한 다른 작업들도 사정없이 진행이 되었겠죠. 당연히.
저도 대충은 알고 있지만, 글로 옮길 정도는 아니고 하니....
생각을 좀 해보죠. 어떤게 나은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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