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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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시나리오 좀 보내주세요.

elephantstone
2005년 07월 26일 03시 41분 03초 1389 2 31
대뜸 "시나리오 좀 보내주세요" 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최근 유난히 많이 보게 된다.

어떤 술자리에서 우연치 않게 술자리를 합석하게 된 모 피디,

친구가 날 시나리오 작가 라고 소개를 하니 대뜸 하는 말이

"요즘 시나리오 없어서 죽겠어요. 시나리오 좀 보내주세요." 라며 명함을 불쑥 내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를 한다는 사람들 모임에 갔다가 대뜸 누군가 다가와

"작가님 시나리오 좀 보내주세요." 라며 역시 명함을 내민다.

그 자리에 있는 몇시간 내내 한마디도 건네 보지 못한 멀찌감치 앉아 있던 사람이란 것에 더욱 당황 스럽기만 하다.

머뭇 거리다 명함을 받아들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

이거 날 언제 봤다고 시나리오를 보내 달라는 거지?

남는 거 있으면 보내 달란 건가?

다른 작가들은 집에 시나리오 쌓아 놓고 사니나들?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한다. "작가는 시나리오 보여주는 걸 무서워해서는 안된다고"

그 말을 이해하는 건 머리지만 상하는 건 마음이다.

입봉을 못한 작가라 그런건가?

남는 시나리오도 없고 써놓은 시나리오도 없고, 그 쪽 취향도 아무것도 모르는데, 뭘 보내 달란 거지?

저인망 투척인가? 아무거나 받아보고 맘에 드는 거있음 고르겠단 건가?

다시 한번 자존심이 상한다.

시나리오는 사람이 쓰는 거 아닌가? 영화도 사람이 만드는 거 아닌가?

왜 한번 만나서 이야기 해보고 사람에 대해 알아 볼 생각을 안하지?

초고만 받아 보고 좋으면 크랭크인 하는 건가?

작가는 시나리오로 말하는 것이기 때문인가?

그래도 해도 너무한다. 생변 부지의 사람에게 다짜고짜 시나리오 보내 달란 소리를 왜 마구 날리는 건.

다음 날 나한테 시나리오 보내 달란 말한 걸 기억이나 할까?

처치 할 곳 없는 명함 장 수 줄었다 거로 행복해 하는 걸까?

이메일로 시나리오를 받고 좋으면 연락하고, 아니면 연락 없을 거란 건가?


젠장...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73lang
2005.07.26 12:56
영화산업인력 직무 및 근로 실태 조사가턴

영화인덜을 대상으루 이루어지넌 앙케이트 설문에 응하다보면여

재미있넌 항목덜이 눈에 띔미다요


Q : 영화산업에서 당신이 맡으신 일과 직무럴 훌륭하게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역량을 100으루 놓고 봤을때

각 역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떻게 배분됩니까요?

1) 예술적.창작적 능력

2) 기술적 역량

3) 사업적.비즈니스 역량

4) 의사소통 역량


프로와 아마의 차이가 '유명'이냐 '무명'이냐로 판단되는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이 뭐라꼬 생각허심미까요?

소위 메인쓰뜨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신 업자(?)들께서는

3)번 사업적.비즈니스 역량 (긍께 '정치력'이나 '영업력'..이빨-주바리-즉, 口力;;;그리고 주량 --;;;)같은것을 가장 중요허게 생각허넌거

같도만요


그러나 저는 업자덜을 비난할 생각은 추호도 없슴미다.

적어도 그들은

작품의 질을 떠나

'영업력' 이전에

끊임읍넌 <생산력>을 가지고 있넌 분덜잉께여



글 한줄 쓰기럴 변비난넘 똥때리딕끼 허넌 넘들이

작가라면 아조 쉽게 글이 나올꺼라고 생각허기 마련인디요

그런 냥반덜헌티넌 그냥 고로크롬 살라고 허씹씨요잉

작가님께선

적어도 허리까정(아니 못해도 무릎까지)오는 자신의 작품들을 만들고 계시면 됨미다요



건필허씨고 건승허시씨요잉 (__)
aesthesia
2005.07.27 20:54
허리..무릎은 커녕 한장도 쓰기 어려운것 같습니다~
작가..
정말 대단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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