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카드' 제작일지10

yekam yekam
2002년 12월 09일 21시 13분 44초 5730 4 251
곰탱이.jpg

PHOTO BY 전숙현
2002년 12월 9일 월요일 / 날씨: 밖은 춥다는데... / 11회 촬영 전날  (무사고 38일째)

-슬슬 꼰대병이 도지나 봅니다. 시나리오 마구 바꾸고 계십니다. -1 -A 가 난무해지고 다음날 촬영분 시나리오를 조감독에게 바꾸라고 아우성이십니다. 몇 줄 되진 않지만 고심 끝에 써내면 아니나 다를까 날/샌/놈이라고 박박 우기십니다. 전 정말이지 어젯밤 아주 잘 잤습니다.

- 심하게 졸린 말투의 동근이와 아랫턱에 나사 박은 듯한 정진영씨... 대사 몇 줄 하지 않고 일찍 귀가했습니다. 보조 출연하는 사람들보다 양이 없었죠. 그렇게 신나는 동근이 얼굴을 본적이 없습니다. 흡사 땡땡이 치는 고삐리 마냥 좋아하더군요. 어제의 주인공은 곰탱이(조경훈)였습니다. 제가 만든 장면이라 내심 어떻게 찍힐까 의심반 기대반 하고 가슴 졸이며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입봉 준비 하겠습니다. 하.하.하. (퍽! 꼰대의 손바닥이 제 뒷통수에 친근하게 와 닿는군요 ㅠ.ㅠ)

- 곰탱이(조경훈)에 대해 몇말씀 더 드립죠.
역할 :곰탱이 (원래 꼰대가 저를 부를 때 쓰는 별명이셨습니다. 참고로 꼰대 집엔 곰탱이라는 개도 있었습니다. 제가 마당에 있을 때, 곰탱아.. 라고 부르면 멍~ 과 네~가 동시에 들리곤 했죠. 그때가 그립습니다. 이 작품 이후로 그 별명은 경훈씨 것이 될겁니다.)

이름 : 조경훈  

나이 : 32세 (실제로 보면 40대 건달임)

직업 : 개그맨(이라고 우기긴 하지만 개그 콘서트에서 얼음 위에서 뒹굴거나 젓꼭지에 빨래집게 찝히던 차력사 역 몇번 한게 전부임. 실제로 그는 무지하게 재밌지만 대한민국 개그소재엔 그의 타고난 재주인 섹스, 똥, 폭력이야기를 사용할 수 없었으므로 서서히 사장 되어가던 중 유능한(?) 조감독을 만나 배우의 길로 들어서게 됨)

데뷔 : 약속 (역시 유능한(???) 조감독 덕에 연예계에 첫발을 내딛음. 약속에선 언제나 공상두(박신양)뒤에 병풍 처럼 따라다니던 그 덩치 큰 건달 역을 했었음. 마흔세개의 씬에 등장하지만 대사는 "간호사는 안됩니다" 딱 한마디였음)

특기 : 꼰대와는 질적으로 틀린 음담패설, 욕설

부업 : 일산 주엽역 (민물 매운탕 & 닭도리탕을 전문으로하는 "영의정"이란 식당을 운영)

과거사 : 전라도 건달였음. 나보다 2살 위임. 그러나 학교 2년 후배임. 4년간 뭐했냐는 질문에 "말밥 주고 안마나 받고 당구 치고 술이나 쳐먹고 떡이나 쳤다함" 그 대사는 그대로 인용되어 와일드 카드에 쓰임.

P.S 여러 조감독님들 캐스팅할 때 잘 좀 봐주세요, 다른건 모르겠지만 정말 열심히 잘하는 배우입니다-
      
- 엊그제 프리미어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전 내심 "아~  똑부러지게 일 잘하는게 벌써 소문이 다 났구나 생각하며 오만하게 전화를 받아 들었죠. 험험 거리며 내심 인터뷰를 준비하려하는데 "감독님의 버릇이나 습관좀 몇 개 알려주세요" 라는 상냥한 말투가 수화기에서 흘러나왔습니다. 비통함은 이루말할 수 없었죠. "기회는 이때다. 꼰대의 안좋은 점을 모조리 불어버리자" 맘먹고 신나게 자판을 두들겼습니다. 여기에서도 공개를 합죠. 아싸~신난다.

안녕하십니까. 김유진 감독님의 배신자 조감독 *** 입니다. 익명보장 부탁 드립니다. 악담을 좀 해야 겠기에... ^^

감독님의 버릇 및 습관에 대하여 세세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감독님은 외모는 말씀 안드려도 알고 계시죠? 네 불독 입니다. 그 자체죠. 성격? 똑같습니다. 조감독들을 한번 붙잡으면 도통 놓아주질 않으십니다. 아침은 거지처럼 점심은 대충 저녁은 임금님 처럼 드십니다. 보통 4시간에서 6시간 정도 드시죠. 안믿겨 지신다구요?  감독님과 식사를 할때 제 평균 귀가 시간이 12시입니다. 6시가되면 배고프시다고 투정을 부리십니다. 저녁시간 30분을 넘기면 짜증을 내시고 1시간을 넘어기면 화를 내십니다. 단지 배가 고프다는 이유 단 하나 때문이죠. 저녁은 2시간 정도 하시고 남은 시간은 술을 드십니다. 365일 중에 350일 술을 드시죠. 감독님 건강도 건강이겠지만 저희들 건강도 우려될 정도입니다. ㅜ.ㅜ, 버스나 지하철이 끊긴다고 엄살을 떨면 모범택시비 손에 쥐어주시고 더먹자 졸라 대시는 통에 이젠 변명 거리도 바닥난 상태입니다. 물론 그 돈으로 저희는 일반 택시를 탑니다만...

-감독님의 불독과도 같은 성격은 촬영장에서도 발휘됩니다. 연기자가 연기를 하던 도중에도 식사시간이 되시면 '컷'을 외치시고 식사를 하십니다. 스텝들의 고충을 제대로 알고 계시는 충무로 몇 안되는 연출자입니다. (뒷다마가 맞나 모르겠네요)

-감독님은 소문난 골초입니다. 하루기본 3갑이죠.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내용은 조금 다릅니다. 길다란 담배 아시죠? 여성분들이 애용하시는 그 가느다란 담배.... 딱 세모금 빨고 비벼 끄십니다. 그러니 끽 해야 하루 한갑을 채 못태우시는 거죠. 그러나 주변에서 보기엔 대단한 애연가로 보입니다. 속지 마십시요. 그 살벌한 불독 얼굴에 가느다란 담배가 어울리기나 합니다. 설마요.

-감독님의 특징 또 하나는 여성분들에게 관대 하다는 겁니다. 여자 스텝들이 하는 말은 모든 다 들어줍니다. 반대로 남자 스텝들이 하는 말은 절대 따르지 않습니다.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말이죠.

-감독님은 한시도 어딜 가만히 앉아 있질 않으십니다. 집에 계실때나 사무실에 계실때나 언제나 발발이 마냥 돌아다니십니다. 그 분의 사색법이죠. 소파에서 낮잠을 주무실때 빼놓고요.  참! 하루에 한두시간씩은 꼭 낮잠을 주무십니다. "감독님 주무세요" 물으면 깜짝 놀래며"사색중이야" 라고 말씀 하시는것도 잊지 않으십니다. 사색을 많이 하시는 편이죠. 네 인정합니다. 근데 사색중에 코고는 건 제발 삼가해 주셨으면 하는바램입니다.

적다 보니 신나서 너무 많이 적었나 봅니다.  알아서 삭제, 선택하여 편집해주시기 바랍니다.

-자 내일 또 촬영이 있습니다. 저희 영화가 코미디 영화는 아닙니다만 이번주는 현장이 무지하게 즐거울 것 같습니다. 그 유명한 도/상/춘 이 나오거든요. 궁금하신분들은 개봉을 기다리십시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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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khcssmd
2002.12.09 22:22
역쉬 우리조감독님의 글빨(아니 남의 흉보는건 최고)은 우리나라 최곱니다.인정합니다.사실 우리감독님 이러...(퍽) ㅂ 니다.
ㅎ흑
junghb
2002.12.10 15:53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와일드카드 기대할께요. 와우~
Profile
yekam
글쓴이
2002.12.11 16:11
희찬군. 광주출장가서 문선영 잡아 오도록.
Profile
chocopie
2002.12.15 19:06
ㅎ_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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