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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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시청 앞 굿바이 이탈리아 전 관람기..

winslet
2002년 06월 19일 14시 31분 53초 1531 3
늦잠을 겨우 깨워

점심 시간이 훨씬 지난 후에야

사무실을 찾아간 나..

사람들은 다 터키와 일본 전을 보고 있었더랬다..

난 비몽사몽간에 비실비실 터키와 일본 전을 보고 있었는데..

참..터키가 1:0으로 그렇게 일본을 이기더라..


갑자기..

감독님과 조감독 오빠들끼리..내기 아닌 내기가 이어진다..

우리나라와 이탈리아 전..

대부분이 2:1로 질것이라고 본다..



6시쯤..

시청 앞으로 갔다..

그 많은 붉은 무리들..모두들 미친 것 같았다..

시청 앞 은행 및 호텔 사람들은..

각자 건물에서 신문지 가루와 두루마리 휴지를 뿌려대고..

붉은 옷으로 하나가 된 사람들은 하나같이

대한 민국을 외쳤다..



이탈리아가 선제골을 넣은 후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응원을 해댔고..

후반 40분이 흘러가면서도..

몇몇 사람들이 도중에 집에 가는 모습도 보이긴 했지만..

결국 43분에..

아일랜드와 스페인 전을 방불케하는..

기적의 동점 골을 설기현이 넣었다..



연장전, 그리고 안정환의 만회골..





경기가 끝난 후..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이탈리아에게 1:0으로 지지 않을까 했던 우려는

온데 간데 없어지고..

사람들은 모두 하나가 되어..

서로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안치환이 부르는

'광야에서'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자유'를 불렀다..



레이지본의 노래 앞에서는..

외국인들마저 다 태극기를 흔들고, 비더 레즈 티를 입고,

우리와 하나가 되어, 같이 춤을 추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마치 제 나라의 일인 양 함께 기뻐하였다..



그 때만은,

정말 '하나'가 된 것 같았다..




잊을 수가 없다..

사람의 힘과..단결의 힘을 다시금 느낀 하루 앞에서..

절로..

고개가 숙여진..하루였다..







사족.

물론,

월드컵이라는 거대한 행사와 관련해서

정치, 문화, 사회계와 관련시켜 그 문제를 논하자면

우리는 아마 밤을 새도 모자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공동개최라는 그리 달갑지 않은 월드컵이라는 행사 앞에서..

우리는 일본보다 적어도

더 많은 것을 이뤄냈고,

월드컵 사상 가장 거국적이고 조직적이며 질서정연한

응원전을 이뤄낸 우리나라

국민 스스로도

그 과정에서 내적으로 많이 성장했다고 자부한다..

이러한 성장은

앞으로 장기적인 측면에서 분명히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나.됨.

그.것.이.야.말.로

거.대.한.힘.이.자

기(氣)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kinoson
2002.06.19 15:06
8강진출 앞다투어 1인당 얼마씩이라는 기사들이 일제히 쏟아져나온다. 문득 어떤 광고의 카피가 생각난다.
"억만금인들 아깝겠습니까" 그렇다. 이런 풍경이 얼마만이던가...? 억만금인들 아까울까...?
kapadokia
2002.06.20 16:13
저는 억만금은 조금 아까운데.... 헤헤 그 돈, 응원 열심히 한 사람들 3000원씩만 나눠주면 안될까 ^^
Profile
kinoson
2002.06.21 10:26
가만히 곰곰히 생각해보니 저 역시도 억만금은 조금 아깝군요...우겔겔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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