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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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꽃이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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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1월 29일 10시 07분 37초 1714 4 24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 지난 8월 4일 기도폐색으로 쓰러져 분당 서울대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온 한국시단의 원로 대여(大餘) 김춘수(金春洙) 시인 이 29일 오전 9시께 타계했다. 향년 82세.
김 시인은 저녁식사 도중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 호흡곤란 증상과 함께 뇌가 손상돼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넉 달째 투병생활을 했다.

경남 통영 출신인 김 시인은 일제시대에 일본으로 유학해 니혼(日本)대학 예술 학과 3학년에 재학중 중퇴했으며, 귀국 후 중고교 교사를 거쳐 경북대 교수와 영남 대 문리대 학장, 제11대 국회의원, 한국시인협회장을 역임했다.

1981년부터 예술원 회원으로 활동했으며 자유아세아문학상, 경남ㆍ경북문화상, 예술원상, 대한민국문학상, 은관문화훈장, 인촌상, 대산문학상, 청마문학상 등을 받 았다.

1946년 광복 1주년 기념시화집 `날개'에 `애가'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 했 고, 1948년 첫 시집 `구름과 장미'에 이어 `꽃의 소묘'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처용단장' `쉰 한편의 비가' 등 시선집을 포함해 25권의 시집을 남겼다.

그의 문학세계를 총정리한 `김춘수 전집'(현대문학ㆍ전5권)이 지난 2월 출간됐 으며, 이후 발표한 시를 묶은 신작시집 `달개비꽃'과 산문집 1권은 출간을 보지 못 한 채 세상을 떠났다.

부인 명숙경(明淑瓊) 씨와는 5년 전 사별했으며 유족은 영희(英姬ㆍ59) 영애(英愛ㆍ57) 용목(容睦ㆍ56ㆍ신명건설 현장소장) 용옥(容旭ㆍ54ㆍ지질연구소연구원) 용 삼(容三ㆍ52ㆍ조각가) 등 3남2녀. 빈소는 분당 서울대병원에 마련됐으며, 장지는 부 인이 묻혀있는 경기도 광주 공원묘지.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vincent
2004.11.29 12:00
당신의 이름이 사람들 마음에 남아 있으니
마음마다 당신 이름을 가진 꽃이 피어있겠죠.
명복을 빕니다.
goldbug48
2004.11.30 01:43
세상사에서 오고 감은 거역할수 없는 인간의 운명이지만,
그것은 외형적으로 껍데기만을 보고 하는 소리지,
사실은 가는 것이 없는 것이다.
가는 것이 없는데 어떻게 오는 것이 있을것인가?

시인이 말하기를
"예술인은 역사의식이 있어야 하고, 그 역사의식은 역사가들의 사건위주의 역사의식이
아니라, 심리적, 내면적 역사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 그는 고스란히 그의 시를 이세상에 남겨 놓았고,
그의 정신도 남겨 놓았다.

눈이 밝은 자는 그를 이세상에서 볼 것이니,
그를 통해서 이름없는 그 무엇을 얻을것이고,
눈이 어두운 자는 그를 볼수 없으니,
그가 남긴것 속에서 얻을것이 없다.

그런데, 도대체 이 사람이 쓴 시가 무엇인가?
교과서에서 본 시가 가물거리며 생각도 날것 같은데.

이 사람의 시집을 한권 사 봐야 될것인가?
돈이 없으니 인터넷에서 찾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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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hemes
2004.11.30 02:37
고등학교때 나름의 문학소녀였기에 무엇보다도 김춘수선생님의 "꽃"이라는 시를 입에 달고 다녔죠. --;; 근데 젤로 신경질이 났던건 왜 저런 아름다운 시를 문학시간 혹은 국어시간에 갈갈이 찟어서 해부를 해야하나 하는것이였죠. 마침 국어선생님하고도 친했기에 선생님한테 따졌을땐 별로 혼나지 않았지만 선생님도 내심 싫으시다라고 하시더라구요. 시는 갈갈이 찟어서 해부를 해서 몇 운율이고 주제가 뭐냐가 아니고 어떻게 내게 다가오게 만들어 내가 그 시를 얼마나 순수하게 느끼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었죠. 한동안 시랑은 인연을 끊고 있다가 이 기사를 보고 다시 책장 구석에 쳐박아 놓은 시집을 꺼내게 되었내요.. 김춘수님의 꽃.. 정말로 아름다웠는데.. 오늘 다시 읽어 보니 더 아련해지네요... 명복을 빕니다....
73lang
2004.11.30 03:16
중핵교때 국어선상님헌티 들었던 야근디요

박목월 시인이 자기 아들이 공부하던 방에 들어가서리

잠이 든 아들몰래 책을 들춰봉께

청록파가 어쩌구 하면스롱

서한샘 강의처럼 '밑줄쫙 똥글뱅이~~~' '당구장 표시'에

'이 시어가 상징하넌 의미넌? .....여기서 쓰인 수사법은?..'

등등이 지저분허게 적힌 문제덜을 하나또 틀리지 않고 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아들을 보면스롱

가슴에 무쟈게 기쓰가 나가꼬서리 국어책과 문제집을 찢어버렸다넌

그런 일화를 들은 기억이 나넌고만요

곰곰 되작되작 기억을 되살려봉께

옛날에 텔레비젼 방송에서 허던 무슨 퀴즈프로에서

당시 가장 잘 나가던 학원 강사였던 서한샘 아저씨가 국어문제를 죄다 틀렸던 일도 있었넌디...;;;;;;;;

암턴...

마음에 와 닿았던 그분의 시처럼 고로크롬 떠나가셨고만요

그분께서 느끼셨다는 '삶의 아이러니'가 없는 그곳으로........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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