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같이 깊은 딜레마에 빠지다..

seksilion
2003년 04월 05일 02시 24분 13초 3240 1 1
날씨 좋겠다.. 시간만 잘 가고 있습니다.
내일부터 다시 시작될 촬영을 준비한답시고.. 사무실에 나와 앉아있긴 했지만..
정작 하는 일이라고는 필커 글 읽어보고, 스탭 커뮤니티에 글 올리고..
음악들으며.. 현장에서는 먹을 수 없었던 원두커피 한 잔 마시고..
너무 여유부리는 거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맞고요.. ^^;;;
그렇지만 이런 농땡이를 부리는 시간마저 허락되지 않는다면..
전 아마 벌써 미쳐서 입에 개거품 물고 이 동네 떴을겁니다. 흐흐흐…
사실 요즘같이 봄바람 살랑살랑이는 봄에는 바로 뒤에 있는 남산으로
책 한 권 들고 올라가서 유유히 산책 즐기며 독서 좀 하다가 내려오는 길에
파전 한 점에 동동주 한 사바리 쮸~욱 즐기고 하산하면..
세상이 다 내 것 같은 느낌인데..  
언젠가부터.. 다 잊어버린 거 같네요..
무엇을 잊었는지, 무엇인지조차도 잊어버린거 아닌가..ㅋㅋㅋ

건너 동네 작업일지를 보다가 마음이 착찹해졌습니다.
모두의 생각은 다 다릅니다.
하지만 그 본질에는 큰 차이가 없을 거 같습니다.
영화에 쏟아붓는 그 열정만큼이나 저마다의 고민과 설움과 아픔이 큰 거 같습니다.
저는 이제 첫 작품, 1년동안 연출부를 하고 있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영화판 생활 속에서..
배운 것도 많고, 잃은 것도 많고, 즐거운 때, 슬플 때, 힘들 때도 많았지만..
그 중 젤 싫은 것은.. 제 자신이 작지만 무거운 딜레마에 봉착한 것입니다.
흔히들 말하는 프로정신이 무엇인지.. 약간의 회의가 듭니다.
원래 그렇다는 말.. 당연히 그리 해야된다는 말들은.. 다 위선이고 엿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의 마음이 같았으면 좋겠고, 서로가 서로를 조금은 넓은 시각으로 돌아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영화는 그렇게 만들어야 된다고.. 사람은 그렇게 살아야 된다고..
너무나 순진하게도 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일부터 중앙일보사 촬영을 필두로 당분간 서울촬영입니다. 지방 로케보다는 부담이 적긴 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매 회차의 촬영을 준비하는 것이 마치 전쟁을 치르는 양 찝집하고 부담스러운 것이.. 으흐흐~
아마도 저는 이 딜레마에서 계속 못 빠져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영화를 계속하겠지만 – 적어도 지금의 생각으로는 – 앞으로도 계속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이것이 제 존재의 본질적인 문제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마~안큼의 장문의 글을 썼다가 다 지워버렸습니다. 스스로 자위하듯 말로, 글로 뱉어내는 것들은 본질이기 보다는
  가식이라는, 희망적이기 보다는 절망에 가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늦은 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횡설수설.. 쩝..  
  좀전까진 너무 배가 고파서, 지금은 너무 배가 불러서 짜증이 나네요.. ㅡ.,ㅡ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chacha999
2003.04.07 11:54
제작일지를 쓰시는 분들이 봄을 타시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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