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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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김소월

JEDI JEDI
2001년 11월 03일 22시 19분 54초 1171 3 2
개여울


김소월


당신은 무슨일로
그리합니까?
홀로히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 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헤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

예전에 정미조라는 가수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가수생활접고 어엿한 미술대학 교수님인 그 양반이 부른노래중에 바로위의 시를 노랫말로한 같은 제목의 노래가 있습니다.

글을 쓴다는게... 이 정도는 되야... '글 쓴다'는 말을 할수있는거 아닌지...
한국말을 어쩌면 이리로 아름답게 할수있는지...
노래를 듣다가...
요즘 나오는 '천박하기 짝이없는 유행가 나부랭이'들의 가사가 짜증이나고 화나 치밀어 올라서 올려봅니다.

'난 오늘밤 당신의 여자..우리 이밤을 맘껏 즐겨요..'라는 가사가 이상한건지... 김소월을 운운하는 내가 이상한건지.. 그에 대한 확신은 없지만서두...

부록으로 하나 더
..................................................

가는 길


그립다
말을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

아..미친다 미쳐...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vincent
2001.11.04 00:57

그의 스승 안서 '김억'의 시도 올려 봅니다.


오다가다


오다가가 길에서
만난이라고
그저보고 그대로
갈줄 아는가.

뒷山은 靑靑
풀잎사귀 푸르고
앞바단 重重
흰거품 밀려돈다.

山새는 죄죄
제興을 노래하고
바다엔 흰돛
옛길을 찾노란다.

자다깨다 꿈에서
만난이라고
그만잊고 그대로
갈줄 아는가.

十理浦口 山너먼
그대 사는곳,
송이송이 살구꽃
바람과 논다.

水路千里 먼먼길
왜온줄 아나,
예전 놀던 그대를
예전 놀던 그대를
못잊어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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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DI
글쓴이
2001.11.03 22:24
참고로 김소월님은..33살의 나이에 음독자살을 하였답니다.........
mee4004
2001.11.04 00:07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 어릴때도 지금도 감탄을 금치못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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