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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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시나리오! 일주일만 쓰면 너만큼은 쓴다 이색히야..."

kinoson kinoson
2009년 01월 08일 01시 10분 24초 2900 11
뜬금없이 왠 시나리오 쓰는법 이냐구요?
그냥 2009년도 되고 해서 ... 잠도 안오고...심심하기도 하고...

사실 최근에 시나리오를 처음 쓰시는 분들 글 몇편을 모니터링 해주었는데요..

뭐 저도 아직 한참 많이 부족하지만 시나리오 처음 쓰시는 분들이
병아리 오줌만큼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써봅니다.
이름하여...

"시나리오! 일주일만 쓰면 너만큼은 쓴다 이색히야..." 입니다

여기서 "너"란 저를 말하는 것입니다..오해 없으시길...으흐흐
자 그럼 또 혼자 놀기 시작하겠습니다.

1 : [장르의 선택]

대부분 처음 시나리오 쓰시는 분들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뭘 쓰지?" 그렇죠 고민이 되죠..
일단 처음 쓰실때는 본인이 좋아하는 장르를 쓰면 됩니다

여기서 잘못된 예 몇가지를 소개 하겠습니다.

예1) 난 로맨틱코미디 나 멜로를 너무 좋아해. 하지만 멜로물로 입봉은 좀 어려울수 있겠지?
그렇다면 뭔가 독특한걸 써야해. (걱정마세요. 처음 쓰시는 시나리오로 왠만하면 입봉 못합니다)

예2) 난 감동이 있는 휴먼드라마를 좋아해. 사람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겠어.
내가 봤던 말아톤 처럼 말이지. 하지만 요즘 대세는 스릴러 이니 만큼 "추격자" 같은 스릴러를
쓰고 말테야 (그러지 마세요)

예3) 난 블레이드러너 같은 SF매니아 지. 하지만 SF는 제작비가 많이 들어갈테니.
뭔가 싸게 찍을수 있는 멜로 같은걸 써보겠어. (그러지 마세요)

예4) 난 공포물은 너무 싫어 하지만 그거 잘쓰면 단번에 주목 받겠지? (그러지 마세요. 본인이 봐도
안무서운 공포물 쓰고 있게 됩니다) - 이건 저에게 해당 되기도 하지요 크하하..

위의 예 처럼 너무 많은 생각하지 마세요. 첫 시나리오는 본인 가장 좋아하는 장르를
선택해보세요.

- 저는 휴먼드라마를 좋아하니 그걸로 선택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장르를 결정 하셨나요? 그럼 2단계로 가겠습니다.

2 : [주인공 선택]

장르를 선택하셨으면 주인공을 선택해야죠. 굉장히 중요한 작업입니다.
주인공의 나이와 직업과 성별에 따라서 이야기는 천차만별 이거든요.

여기서 몇가지만 알려드리자면. 너무 어려운 직업은 선택하지 않는편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예1) 난 뭔가 새로운 직업을 가진 주인공을 쓰고싶어. 그래서 난 지뢰 만드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설정 하겠어. (지뢰 관련 영화 아니라면 하지마세요)

예2) 이번엔 획기적인 로맨틱 코미디를 써보겠어. 전투기 유리창 만드는 남자와
장갑차 디자인 하는 여자의 알콩달콩 사랑이야기를 그려보겠단 말이지..
(쓰다보면 두사람의 직업관련 이야기는 거의 안나오는걸 느낄겁니다)

물론 위의 예는 웃자고 써본거지만 특이한걸 찾겠다고 너무 어려운 직업을
고르면 시나리오 내용보다 그 직업관련 조사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립니다.
주인공의 직업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건 시나리오의 내용이라는걸 명심하세요.

그래서 전 검사 판사 변호사 의사 등등의 직업은 왠만하면 시나리오에 포함 안시킵니다.
관련용어 찾는거와 그들의 생활을 자세히 취재하며 묘사 하기가 정말 귀찮거든요 -_-;;

저는 약간의 장애를 가지고 사회와 단절된 삶을 살고있는 30대 초반의 남성을 선택했습니다.
직업은 뭐...영화인 정도 되겠죠..크크크

자 이제 장르도 선택했고 주인공도 만들었습니다.
그럼 3단계로 가볼께요..

3 : [초간단 시놉 만들기]

장르도 선택했고 주인공을 만들었는데 여전히 씬1도 안써집니다
당연합니다. 어떤 내용을 쓸지 결정을 안했거든요.

시나리오 쓰기 3단계는 초간단 시놉 만들기 입니다.

제가 선택한 사항으로 간단히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예) 30대 초반 kinoson 이라는 색히는 장애가 있다. 부모님 말 안듣고
영화 한다고 바락바락 우기다가 결국은 인생의 낙오자가 되어 반지하방에 뒹굴기를
10여년... 약간의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그리고 약간의 공황장애가 있다.

못먹고 지낸지 어언 몇일 도저히 배가고파 집근처 찐빵가게로 가서
찐빵을 잽싸게 훔쳐서 냅다 달리기 시작한다. 앗! 근데 이럴수가.
찐빵집 사장이 과거 전국체전 15000m 은메달 리스트.
하지만 여기서 잡힌다면 개망신과 더불어 굶어죽을 판이니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찐빵집 사장의 추격을 뿌리친다. 그때 kinoson은 한가지를 느낀다.

" 내가 달리기에 소질이 있군하" 다음날 찐빵집 사장을 찾아가 무릎꿇고 비는 kinoson
결국 찐빵집 사장과 으쌰으쌰 힘을 모아 kinoson은 전국체전 15000m 금메달을 딴다.
만년 은메달 리스트이던 찐빵집 사장의 30년한도 풀어지는 순간인 것이다.

아주 멋진 휴먼감동드라마가 됐죠?
네? 귓싸대기 맞기 전에 주둥이 닥치라구요?
네...네...

여튼 이런식으로 아이템을 선정하여 간단한 시놉을 만들어 보세요.

간단하게라도 엔딩까지 있는 시놉을 꼭 쓰세요..
대충 머리속에 있는 이야기로 쓰기 시작하면
산을 넘고 바다건너 우주 멀리 안드로메다까지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결국에는 처음 의도했던것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지요.
더욱 중요한건 그런식으로 글을 쓰면 엔딩까지 가지도 못합니다.
그럼 장르도 선택했고 주인공도 선택했고 무슨 이야기를 할것인지 결정하셨죠?

지금부터는 제가 읽은 몇편의 시나리오에서 아쉬웠던 점 몇가지만 써보겠습니다.

4 : [대사톤에 유의하세요]

어떤 시나리오를 보면 내용은 좋은데 이상하게 어색한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그건 대사체의 문제라고 볼수 있습니다. 머리에서만 대사가 나오면
문어체가 되기 쉽거든요.
위의 시놉으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kinoson : 사장님 정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제 제가 도망을 가다보니 달리기에 소질이 있는걸 알게
되었답니다. 그러니 저를 한번 용서해 주실수 있겠습니까?
사장 : 자네가 그렇게까지 말을 하니 내가 용서를 해주겠네. 하지만 자네는 내일부터 나와 함께
한강을 달려야 한다는걸 알아야 하네

뭔가 웃기죠? 어색하고 딱딱하고. 저 두사람은 실생활에선 절대 저렇게 말하지 않을겁니다.
대사를 써놓고 본인이 연기를 해보세요. 그런식으로 연습을 하다보면 자연스러운 대사가 나올겁니다.

그리고 직업과 성별과 나이와 장르에 맞지 않는 대사들도 주의하세요.

주인공은 30대 중반의 조폭 입니다. 장르는 휴먼드라마라 칩시다. 정극이죠

예1) 조폭 : 이봐 강만수 자네는 참 나쁜 사람이야. 예끼 이사람.. (웃기죠?)

예2) 조폭 : 만수야 너 진짜 나를 바보로 아는거니? (이건 뭥미?)

예3) 조폭 : (껌을 씹으며) 만수 님하 매너염..(-_-)

예4) 조폭 : (만수의 볼을 만지면) 강만수씨 그러면 안되죠..니미 사람을 개좆으로 보셨나? (그나마 괜찮죠?)

위에서 보셨듯이 (물론 예1,2,3 처럼 대사를 쓰시는 분은 없겠지만) 대사를 쓰시기 전에는
항상 인물의 나이 성별 직업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고 쓰세요.

5 : [지문은 간결하게]

몇몇 시나리오를 보면 공들여 쓴다고 지문을 빽빽하게 쓰는 분들이 계십니다.
지문은 항상 간결한게 좋습니다. 쓰는 사람에게나 읽는 사람에게나...

예) 발걸음을 천천히 떼는 남자. 문을 열고 나서자 에메랄드빛 하늘이 아름답게 펼쳐져있고
바로옆 빨간우체통에 햇빛이 반사되어 남자의 눈을 어지럽힌다. 알듯모를듯한 미소를 지으며
한걸음 한걸음 걸음을 옮기는 남자. 어디선가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남자의 앞머리카락을
쓰다듬듯 살포시 지나간다. 손으로 바람에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며 정원에 수줍게 떨어져있는
신문을 줍기위해 허리를 굽히는 남자. 그의 따뜻한 손에 살포시 안기듯 몸을 맡기는 신문.
그 모습은 흡사 어여쁜 아낙네의 그것과 같구나.

남자 : 신문인가?

좀 그렇죠? 실제로 매씬마다 저런식으로 지문을 쓰시는 분을 봤습니다.
제가 확신하건데 저런식의 시나리오는 보는사람이 10씬을 넘기기 힘듭니다.
저 내용을 다시 써보자면

예) 현관문을 열고 정원 바닥에 떨어진 신문을 줍는 kinoson

kinoson : 신문인가?

꼭 필요한 내용만 남겨놓고 지문은 되도록 간결하게 써주세용 ^^

6 : [의미없는 특수상황]

이 말이 무언고 하니...

예) 난 정말 멋진 스릴러를 위해서 1씬부터 끝까지 밤씬에다가 비를 내리게 하겠어

밤씬 비씬 차량추격씬 해외촬영 등등등.....

꼭 필요한 상황에서만 들어가는것이 좋습니다.

예전에 아는 제작사 대표님이 저한테 하신 말씀중에

"어제 어떤 시나리오를 봤는데 10씬까지만 찍어도 50억 이겠던데...껄껄껄"

더이상의 말은 필요없겠죠?

말씀 드릴게 몇가지 더 있는데 너무 졸리네요 -_-;;

"시나리오! 일주일만 쓰면 너만큼은 쓴다 이색히야..." 2탄도
곧 올리겠습니다.

우려의 덧글 : 이 글은 철저히 저 개인적인 생각이고 시나리오 처음 쓰시는
분들이 아주 쪼끔이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해서 쓰는 글이니
혹시 기분이 상하시거나 오해가 없으시길 바랍니다 ^^
[불비불명(不蜚不鳴)]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veronika
2009.01.08 02:30
감사하게 잘 읽었습니다. 2탄도 기대할게요. 2탄에선 트리트먼트에 관한 것도 좀.. -_- 그나저나 공포영화 시나리오 작업은 잘되어 가시는지요?
(그런데 강의(?)제목이 험해요..좀.)
추신:
3. 초간단 시놉시스 너무 재밌어요!
4. 대사톤 예시보다가 웃었습니다... 예3이 최고.
marlowe71
2009.01.08 09:30
너무 재밌고 유익한 글이군요 ^^
빨리 2탄 써주세요~

근데 이거 휴게실 에세이 게시판이 아니라 공부방으로 가야하는 글일지도
Profile
sandman
2009.01.08 22:40
하하..
넘 재밌다는...ㅋㄷㅋㄷ
제목이 자극적이라 뭔가 했는 데..
(사실 읽는 데 시간 좀 걸림)

예전에 시나리오 답글 쓸때...가 제일 힘들었었죠..
참 고역이더군요..

나름 고생한 글들을...
기분 상하지 않게 글쓰기란 참으로..
veronika
2009.01.08 22:57
marlowe71/ 그러게요. 정말 오랜만의 공부방 글 같은데
hermes
2009.01.09 12:48
쵝오 !
vincent
2009.01.09 13:43
아니 이런 유익하고 재미난 연재를. 2탄 기다릴게요.
연재 다 끝나면 한꺼번에 공부방으로 옮기셔도 될 거 같아요.
Profile
kinoson
글쓴이
2009.01.10 08:56
베로니카님 / 감사합니다 험한 제목 바꾸기 귀찮아서 말줄임표로 대체했습니다 크하핫...
marlowe71님 / 감사합니다. 근데 저는 에세이 게시판이 제일 좋아효~~~
샌드맨님 / 무플방지위원회장이신 샌드맨님 언제나 좋은 리플 감사드립니다
또 베로니카님 / 전 에세이 게시판이 더 좋아효~~글고 트리트먼트에 관한글 조만간 올려보겠습니다
헤르메스님 /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빈센트님 / 유익하다는 표현...눈물이 앞을가려 키보드를 못 두드리겠습니다...ㅠㅠ

댓글 달아주신 모든분들 2009년 대박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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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dsong
2014.07.22 00:25
kinoson
제가 왜 2009년(부터) 대박은커녕 더 처절한 암흑에 휩싸였는지 이제야 알겠군요,
주문을 가볍게 흘렸던 것, 5년 지난 지금에야 뉘우칩니다.

'댓글 달아주신 모든분들 2009년 대박나세요..'
kissme27
2009.03.03 21:06
지금까지 이렇게 재미있는 시나리오 작법서는
첨봤네여...ㅎ 가져가도 되요?ㅋ
kissme27
2009.03.03 21:07
아주 눈에 귀에 쏙쏙! 책한권 써주시죠!
jangojeng
2009.03.10 17:24
와~~~ 정말 머리에 들어오네요~
시나리오 쓸 때 유의해야겠어요.. ^^ 고맙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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