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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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감기

ty6646
2009년 01월 24일 07시 22분 42초 1721 1
감기에 잘 걸리는 편이다.
옛날 고등학생때인가 한번 심하게 감기에 걸린적이 있었다.
음식도 잘 못먹고, 몸은 불덩이고, 주사맞고 약먹어도 그저그랬고,
하루종일 누워있었는데 몸위로 덮힌 이불이 너무나 무거워서 제대로 뒤척이지도 못했었다.
엄마는 내 머리맡에 앉아서 불덩어리처럼 뜨거운 이마를 쓸어내리며
눈물을 글썽이셨다. 아이가 아파하며 고통스러워하는데 뭘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서
그저 아이 옆에 앉아서 몸을 부디며 눈물만 뚝뚝 흘리셨다.

외지에 나온지 12년째,
그동안 집에 돌아간 적은 몇번 안되고
지금은 2년째 집에 가지 않고 있다.
가끔 전화너머로 엄마 목소리만 한번씩 들을뿐
엄마 얼굴도 못보고, 엄마 돌봐드리지도 못하고 이러고 있다.




오늘 자리에서 일어나보니 감기에 걸린 듯 하다
몸이 후들거리고, 춥고, 뼈가 뻐근하다.
내장이 뒤틀린 듯 아프고, 허벅지가 덜덜거린다.
아무것도 안먹으면 더 몸이 쳐져서 안좋으니 일어나 국을 끓인다.
상위에 국과 밥솥에서 꺼낸 차가운 밥을 한공기 퍼 놓고 먹고 있으려니
엄마 생각이 난다.

뒤척이기조차 힘들정도로 무겁게 이불을 덮어주는게 고작이던 엄마
머리맡에 앉아 이마를 쓸어내려주던 엄마
나를 바라보며 어쩌면 좋으냐며 나보더 더 울던 엄마

감기때문인지
눈이 무척 뜨거워진다.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sandman
2009.01.27 11:01
감기...
여러가지 대처법이 있으니..
보리차 대신에..
결명자 구기자 등등...
그런 것들을 다려서 물대신에 먹으면..
참으로 감기에 잘 안걸리는 체질로 바뀐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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