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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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영화감독을 꿈꾸며....일곱번째 이야기

kineman
2010년 03월 16일 06시 53분 26초 2191 3


올해 들어 대학병원에서자주 전화가 왔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뇌사자 장기 이식센터에서 걸려온 전화다.

1월에 세 번 2월에 한번....

난 일주일에 세 번 혈액 투석을 받아야 살 수 잇는 만성신부전 환자다.

아직 배가 불러서인지 나 좀 편히 살자고 살아있는 사람의 배를 가른다는건 차마 못하겠기에 뇌사자장기이식을 신청한지 3년이 넘었다.

그동안 2009년 2월에 한번 전화가 ㅗ고는 잠잠하다 올들어 전화 횟수가 부쩍 늘었다.

전화가 걸려오는 시간대는 대부분 한밤중이거나 새벽이었다.

시간대가 시간대인지라 전화벨이 울리면 순간 움찔하며 긴장이 된다.

이어 휴대폰에서 xxx신장코디 라는 음성이 흘러나오면 심장은박동수를 높인다.

헛기침으로 잠긴 목을 풀고 전화를 받으면 작년에 새로 온 신장코디 간호사의 목소리가전화기 너머 흘러나온다.

뇌사자가 발생햇고 내 순위와 혈액응고 검사를 받겠냐는 질문을 한다.

전화가 걸려온다고 무조건 이식을 받는건 아니다.

확률이 높은 순서대로 순위를 정해 첫 번째 대상자가 수술을 못할 상황이 되면 두 번째, 두 번째가 안되면 세 번째 이런식으로 이식 대상이 정해진다.

2009년에 처음 뇌사자발생 전화를 받았을때는 영화 촬영을 한두주 앞둔 상황이였다.

그때는 위와 같은 상황을 알지도 못했고단순한 혈액응고 검사인지 뭔지도 모르고 무조건 안한다고 햇다.

이유는 순전히 영화 촬영때문이였다.

시력을 잃고 다시 영화를 만들자고 결심하며 작업을 시작한 영화가 건강악화와 전문스텝 부족으로 인해 두 번의 촬영만으로 중단이 되었고 이후 여러번 촬영을 준비하다 중단되어 2008년을 넘기고 2009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자꾸 중단되는 영화작업으로 인해점점 스트레스는 쌓이고 제작비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2005년 콩팥이 망가지며 받았던 보험금 2500만원과 친척들과 지인들의 격려금 1500만원인 4000만원으로 시작한 영화인데 겨우 두씬만 찍고 중단이 되엇으니 ...

사실 그돈은 신장이식 수술비엿다.

지금도 그렇지만 난 신장이식에 대해 큰 기대를 안하고 잇다.

신장이식신청을 위해 두 곳의 이식센터에서 상담을 할때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데 자꾸 부정적인 부분에 신경이 스이는거다.

겨우 물을 마음껏 마실 수 있고 소변을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 신장이식수술을 하기엔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거다.

신장을 이식하면 죽을때까지 먹어야하는 면역억제제와 이식 받은 신장이 또 망가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늘 조심하며 살아야한다는 것이 마음이 쓰인다.

그리고이식 성공률이 100%가 아니어서 이식을 받고서도 몇주일만에 문제가 발생해 다시 투석을 받는 경우도 있단다.

성공률에 비하면 보잘것 없는 확률이지만자꾸 안좋은쪽에 신경이 쓰이는 거다.

그리고 위에서도 잠깐 말했듯 살아있는 사람의 배를 가른다는것도 마음에 걸리고....

그래서 내린 결론은 뇌사자 장기이식.

2007년에 신청하고 잊고 있었는데 처음 전화가 걸려왔고 당시엔영화촬영을 코 앞에 앞둔 시기라여러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안한다고 했다.

사실 통화를 마치고 좀 후회가 되었고 영화작업이 제대로 진행이 안될때도 자꾸 아쉬운생각이 들엇다.

그 뒤,완성된 영화가 장애인영화제에서 대상을 받고여러 영화제에서 상영이 되며 나름 바쁜2009년을 보내고 2010년의 새해를 덤덤하게 맞이했다.

자정이 넘긴시간에 전화벨이 울리고 xxx신장코디라는 저장된이름이 흘러나오자 온 몸의 신경이일어나는듯 긴장이 되었다.

처음에 적은 것처럼뇌사자가 발생해했고 내 순위ㅡ를 알려주고 혈액검사에 대한 동의를 구하고 통화를 마쳤다.

지금 당장 이식수술을 하자는 전화가 아니였음에도 막연한 기대감에 흥분이 되었다

그러다 문득 뇌사자 가족들의 비통함이 느껴지며 가슴이 싸해지는거다.

마냥기대감으로 좋아라만 할 수는 없는거다.

그후,xxx신장코디의 전화를 몇통 더 받아도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근데 전화가 뜸한 요즘엔이러다 신장이식 한번 못 받는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은근히 되는걸 보면 난 참 간사한 놈 같다.

지금 작년에 완성한 영화의 외국 영화제 출품을 위해 보충 촬영을 앞두고 있다.

은근한 기대감과 긴장으로 인해 잠을 설치고 잇는데 문득 2009년 처음으로 신장이식에 대한 전화를 받은게 생각이 나 몇자 끄적여 봤다.

암튼 아프면 나만 손해다.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는게 시간도 노력도 덜 든다. 물론 돈도 훨 덜 든다.

다들 건강에 신경쓰며 살았으면 좋겟다.

2010년조불그불 0.38촬영을 하루 앞둔 날에....

.

꿈을 향해! 세상을 향해!!  아자,아자!!!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분에14타
2010.03.20 17:18

임선배님

 

지금으로 부터 1년전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께서 각막을 기증하고 가셨을때

 

무슨 이유 때문인지 자꾸만 선배님 생각이 났습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최근에 시나리오 작업을 끝마치고 지금 투자심사에 들어가 있는 작품이

 

장기기증에 대한 영화인데요

 

아마도 이번 달 말쯤에 결론이 날 것 같습니다.

 

만약 좋은 소식이 들리면 선배님을 한번 찾아뵙져~!

 

움화화하하

 

gokcd
2010.03.26 10:35

힘내세요, 저도 아프지만 영화를 하고 연극을 하는 연기자입니다.전 심장과 아픈데가 여기저기 많아요.. 힘내세요...

kineman
글쓴이
2010.03.26 19:00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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