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인 2차 시나리오 회의와 비디오 피팅 날......

goyorony
2002년 10월 16일 21시 42분 17초 2573 2 4
14일날 열린 2차 시나리오 회의는 사람과 사람 사이가 가깝고도 좁은 거리에서 이루어졌슴다.
물리적인 거리가 감정적인 거리로 이어질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슴다.
1차때 보다는 좀 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회의를 진행할 수 있었다는 것이 좋았슴다.
시나리오 회의라는 것이 다른 것은 없습니다.
모두가 그저 우리 작품이 좀 더 나아지길 바라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설왕설래하는 것임다.
저희 영화는 원작이 있는 영화입니다.
이 날은  일본 미니시리즈 원작을 보면서 타이틀과 엔딩에 대해 얘기를 나눴슴다.
여차 여차 많은 장면이 지나갔지만  마지막 장면으로 크리스마스를 실감나게 하는 거리의 작은 불빛들은 보는 우리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습니다.

빨리 크리스마스가 왔으면.....
덤으로 눈까지 내렸으면.....
캐롤이 울려퍼지는 거리에서 손을 호호 불어가며 군고구마를 먹었으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다소 차가 밀린다 하더라도 지하철보다 버스를 타고 연인끼리 친구끼리 손을 잡고 걸어가는 바깥 풍경들을 여유롭게 바라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12월 중순에 크랭크인을 앞둔 29세팀이 과연 그런 여유를 부릴 수 있을 것인가.....

그리하여.....
15일 연출부와 제작부 막내동이들이 술을 마시며 크리스마스 대책회의를 가졌슴다.
모두가 스키장에 호감을 갖고 있더군여....
베지테리언과 영진군은 스노우보드를 잘 타고 잉노군은 스키를 잘 타고 효민양은 스키장에 가본 적이 있다고 하였지만 스키장 구경도 못해 본 저는 여간 난처하게 굴었음다.
많이 힘들어하는 저를 보고 베지테리언은 정상에서 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맛도 그만이라고 위로를 해주었슴다.
또한 스키장에선 샤워 후 먹는 삼겹살이 백미라고 얘기해주는 잉노군의 말이 이어지면서 나의 입가에도 어느덧 웃음꽃이 피기시작했슴다,
하지만 연출부가 이렇게 즐거워하고 있을 떄 다른 한 편으로 느껴지는 싸늘한 기운이 있었으니.....
그 한기는 예산을 걱정하는 제작부 영진군의 그늘이었슴다.
"글쎼요. 노력은 해보겠지만 저도 막내라서여....."
그렇습니다.
그도...우리도.....막내였슴다.
권씨, 김짱, 윤피디, 윤부장 이하는 모두 막내임다.
허공 위에 떠오른 한 가닥 깃털처럼 우리의 작은 설레임도 그렇게 소리없이 살포시 내려 앉았슴다.....

16일.....
간사한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고......
헌팅한다며 좋아했던 우리는 1차, 2차 배우들이 오디션 및 면접 차 오게 되자 사무실에 눌러 앉고 싶어졌슴다.
점심까지 나가서 먹어야 한다며 밥집의 대차대조표를 그리던 것도 먼 일인냥 조금이라도 늦게 나가려고 식당 메뉴판을 들고 돌아 다니며 짱께집으로 시킬까요? 사가네에 시킬까요? 그 집 국물 시원하던데....하며 느물거리고 있었으나.....
현실은 냉혹한 것.....
우리는 어느새 무거운 발걸음을 한 걸음씩 내딛고 있었슴다.
"그래...비록 지금은 조,단역 캐스팅이라 그냥 가지만 주연급들 올 때는 양보 못한다!"
양보 못하면......
그렇습니다.
우리는.....막내였슴다.
권씨, 김짱, 윤피디, 윤부장 이하는 모두 막내임다.
허공 위에 떠오른 한 가닥 깃털처럼 우리의 작은 설레임도 그렇게 소리없이 살포시 내려 앉았슴다.....

모두가 가고 없는 빈 사무실에 앉아 내일의 해를 그려봅니다.....

"둥글게 둥글게..돌고 도는...."    - 싸이의 <챔피온> 중 -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uyo78
2002.10.17 10:38
그날 우리가 스키장 얘기를 했던가요? 제가 스키장에 간 본적이 있다는 말을 했던가요? 아..깜깜합니다.
goyorony
글쓴이
2002.10.17 12:51
술이 다 그런거지.....깜깜한 기억 속에 더듬어 보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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