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회차 촬영 방문기

joystay joystay
2003년 03월 08일 03시 16분 31초 4051 2 4
양수리에서 스태프들이 합숙중이라 싱글즈 작업일지에 거미줄이 늘어가고 있습니다만,
유일한 민간인(?)인 제가 대신해 근황 몇자 올립니다.

오늘 23회차 촬영을 마쳤고, 전체 스케줄에서 약 50% 정도 진행되었습니다.
셋트 촬영은 3월 14일에 마치고, 이후 다시 야외촬영이 시작됩니다.
눈, 비, 추위, 배고픔을 뚫고 찾아간 양수리 셋트장에선
엄정화, 이범수, 장진영 세 배우가 여름옷을 입고 선풍기까지 쐬고 있더군요. 참... 더워보였습니다. =.=;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따라 유난히 진행이 순조롭다고 하더이다.
그러나 장장 4페이지나 되는 씬인데다가, 컷수도 많아서 온 스태프의 눈총이 저에게로....ㅜ.ㅜ

"정말 짜친 대본이야!"

한참 후에야 "짜친"이 "후진"보다 더 심한 표현이란 걸 알았습니다. ㅠ.ㅠ
전 애써 외면했습니다. 눈총의 진짜 이유는 "통닭 50마리를 안사들고 온 때문"이란걸 압니다.... 그럴거야... 아마도... 아무렴...  
마침 투자사 부대표님이 사들고 오신 피자가 어찌나 목에 탁 걸리든지...

오늘 촬영은 세 주인공이 김치 담그는 씬이었는데요,
가장 관건이 동미(엄정화)가 김치만지던 손으로 정준(이범수)의 뺨을 후려치는 대목이었죠.
맞는 사람이나, 때리는 사람이나, 분장하는 사람이나, 한번에 갑시다!가 이심전심이니 다소 긴장된 분위기였는데,
동미가 후려치기 직전! 정준의 "잠깐만요!"
절묘한 타임이었죠. 그리고 두번째 테이크에서 "찰싹!"
완벽한 성공이었습니다. 범수씨는 뺨따구에 벌건 손자국을 남긴채 박수를 받았습니다.
정화씨는 너무 세게 때린 나머지 본인이 더 놀라 방까지 도망가버렸죠.
범수씨의 뺨이 걱정되는군요. 비닐장갑에 스친데다 몇시간 동안 고춧가루를 내내 묻히고 있었으니...푹 저려졌으면 어쩌나?

극중 불알(?) 친구 사이인 세 배우는 실제로도 친하게 지냅니다.
동갑내기인 정화씨와 범수씨의 일화 하나...

[촬영대기중, 범수가 휘파람을 불어댄다. 가만 듣다 보니 정화의 <포이즌>을 불고 있다.
정화, 기분좋은듯 고개를 끄덕끄덕하는데

범수 : 난 니 노래 중 이게 젤 싫어.
정화 : (뻥...)
범수 : 난 숨은 그림 찾기가 젤 좋아. (계속 휘파람을 분다. <포이즌> 끝까지...)

범수 : 넌 니 노래중 어떤게 젤 좋냐?
정화 : 음... 다가라도 좋고, 몰라도 좋고...나야 다 좋지...
범수 : 넌 애가 줏대가 없냐.
정화 : (삐죽) 그럼 넌? 니 영화중 어떤게 젤 좋아?
범수 : 나? 태양... 정글쥬스... 일단 뛰어...
정화 : 전부 다네.   ]

오늘 작은 사고가 있을 뻔 했습니다. 갑자기 조명이 꺼지며 잠시 암흑상태가 되어 조명스태프들이 부산하게 뛰어다녔는데,
별 일은 생기지 않았지만, 워낙 사고들이 많이 생기는 요즘이라, 잠시나마 잔뜩 긴장하기도 하였지요.
부디부디 누구 하나 다치는 일 없이 무사히 마치기를, 그것만도 대단한 행운이라 생각을 해봅니다.
저는 반나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녹초가 되버린지라, 감히 "수고하세요"란 말도 못하겠더군요.
내일도 스태프들의 하루는 아침 7시부터 시작이라죠.
다시 한번 친구들에게 강조해야겠습니다.

"영화는 꼭 돈내고 봐!"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hisera
2003.03.11 23:43
혜영아, 안녕...언니야...졸려.. 함 보자! 아웅~~
puyo78
2003.03.18 01:14
통닭 50마리보다 언니가 사온 호두과자 한 봉다리가 더 맛있고 좋았어요!
진영언니가 다 먹은 관계로 하나 밖에 못먹었지만서두...
그날은 촬영땜에 정신이 없어서 얘기도 별로 못했네요.
담에 얘기 많이 해요....가 아니라 통닭 꼭 사오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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