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에서 새벽까지 - 헌팅에서 뒷담화까지....

joystay joystay
2002년 10월 22일 04시 46분 46초 3190 2 7
-오후 6시. 싸이더스.  <헌팅비화 - 선의의 경쟁인가, 시샘의 내분인가?>

헌팅팀이 찍어온 옥탑 비디오를 평가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요즘 최적의 옥탑을 찾기 위해 동서남북 동남북서 뛰어다니는 그들은 2인1조씩 두 팀입니다.
익로군과 혜진양(이후 '익혜조'으로 칭함), 효민양과 영진군(이후 효영조로 칭함)입니다.
서로를 견제하듯 보는 4인의 시선들, 팽팽합니다.

먼저 비디오를 플레이시키는 '익혜조'의 얼굴엔 자신감이 넘칩니다.
옥탑 헌팅 2주째인 그들은 확실히 뛰어난 기량을 선보입니다.
깔끔한 편집, 정확한 앵글, 혜진양의 낭랑한 나레이션,
오, 무엇보다 양질의 엄선된 옥탑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때마다 우렁차게 울려퍼지는 혜진양의 멘트.
"이야~ 딱입니다!"
그녀에 의하면 "딱!"인 옥탑이 네 다섯 군데는 나온 듯 합니다. 이제 헌팅 끝난 듯 합니다.
허나 모질은 우리 권노인(권씨에서 권노인으로 승격됨), 알듯모를듯한 예의 그 미소로, 절대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와중 작가는 예솔아빠(조감독)에게 혼나고 있습니다.
"다음에 또 옥탑씬 쓰면.. 죽어!"
결국 예솔아빠의 강압에 의해, 현재 쓰고 있는 작품에도 옥탑씬을 넣기로 약속하고 맙니다. 으흑!
  
평균 연령 27세의 '효영조'는 커플 모자까지 맞춰쓰며 최고의 호흡과 빠션을 자랑하지만,
옥탑 헌팅은 오늘이 처음이라, 초반부터 익혜조에 다소 꿀린 기색입니다.
효민, 카메라를 작동하는 손이 떨리는듯 하더니, tv를 슬금슬금 등짝으로 가로막고 앉습니다.
영진군, 초장부터 "처음"이란걸 재삼 강조하면서 선처를 부탁합니다.
마구 흔들리는 화면, 혜진양을 모델링한게 분명한 효민의 떨리는 나레이션,
드넓게 펼쳐진 황량대로와 논밭... 파란막 쳐놓고 배경은 cg로 해야겠다는 소리까지 나옵니다.
상황이 이모양으로 가다보니 익혜조의 얼굴에 득의만만한 미소가 서립니다.
그러나! 벋뜨!
과연 역전드라마의 나라, 대~한민국입니다!
마치 미술감독의 스케치에서 튀어나온 듯,
넓은 마당과 적절한 주위전경, 셋트를 대신해도 될만큼 수려한 내부공간까지 갖춘 옥탑이 있는게 아이겠슴까!
만장일치, 모두들 탄성을 지릅니다! (30% 과장법임을 밝힙니다.)
짧고 굵게 한방 터뜨린, 효영조, 금새 표정변합니다.
익혜조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듯, 고개를 주억거립니다.
효민, 자세가 조금 거만해집니다. 그러나 그녀는 거만할 자격이 있었습니다.
오늘의 보람에 힘입어 그녀는 신나게 "옥탑 다이어트"에 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며칠간의 탐색이 더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헌팅 과정은 만족스러운듯합니다.


-밤 1시. 치킨호프집. <비공식적인 연출팀원 평가- 속칭 뒷다마 까기>

여기로 오기까지의 여정은 간단히 생략토록 하겠습니다.
삼겹살과 소주에 이어 2차 호프집에서 마지막까지 남은 인원은
권노인, 예솔아빠, 노작가, 그리고 모 영화 연출부인 권노인의 지인입니다.
사실 권노인이 권노인이 되기까지 의견이 분분했었습니다.
권씨니 권짱이니 권옹이니 하다, 차승재 대표의 닉네임이 "zim 차"라는 얘기까지 거론되다
결국 예솔아빠의 우격다짐으로 권노인은 권노인이 되어부렀습니다.
여자친구가 기다린다며 익로군까지 가고 난 후,
권노인과 예솔아빠의 본격적인 연출팀 뒷담화가 시작됩니다.

예솔아빠    : 전 우리 연출팀 애들이 무서워요.
권노인       : 진짜.... 애들 말이지...
예솔아빠    : 내가 할 일이 없어요.
권노인       : 나두....
예솔아빠    : 최고야.
권노인       : (끄덕끄덕) 최강이지.
노작가       : 드림팀이네.

뒷담화 끝.

너무 일 잘하는 연출팀 덕분에 권노인과 예솔아빠는 심심한 모양입니다.
밤도 깊었는데 자꾸 술만 마십니다. (안주 추가도 안하고잉...)
술약한 노작가가 잠시 졸다 깨어보니 권노인과 예솔아빠, 싸우고 있습니다.
어지간히 심심한 모양입니다.

예솔아빠  : 난 제일 무서운게, 감독님한테 "쥐뿔도 못하는 새끼!" 소리 듣는거예요.
권노인     : (버럭) 쥐뿔도 못하는 새끼!
예솔아빠  : ?!
권노인     : 됐지? 이제 거기서부터 시작해.

예솔아빠  : 난 매일 설사해요.
권노인     : 똥도 제대로 못싸는 새끼!
예솔아빠  : 이 작품 시작한 후로 맨날 설사해요.
권노인     : 앞으로 황금똥을 누는 감독이 되어라~

칼바람 부는 새벽, 취기에 들떠 횡단보도를 건너며 권노인이 또 한번 외칩니다.

권노인 : 광훈아, 황금똥을 누는 감독이 되라. 혜영아, 황금똥을 누는 작가가 되라. 우리 모두 황금똥을 누는 영화인이 되자!






(이번주 26-28일, 연출부와 제작부가 MT를 갑니다. 마지막 시나리오 회의가 될 것 같습니다.
작가는 회의보다도... 시나리오 수정보다도... 매서운 합평회보다도...
변비가 두렵습니다. 황금똥을 눠야될낀데... =.=; )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rofile
tudery
2002.10.24 02:36
어째 대사의 미진함이 보여.... 음... 노작가~~~
공력이 많이 쇠...해보이네. 대사의 현실성을 좀더 살려 보시는게... 큼~
예거시기 캐릭터가 좀더 강력하지 않았는감?
Profile
joystay
글쓴이
2002.10.24 03:55
권 거시기와 예 거시기의 대사는 자체검열을 통과치 못해 고농도 순화시켰음을 알립니다.
한때 작품 제목으로 "xx, 삐리리해~"를 밀던 권노인 일당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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