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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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좋겠고.. 그게 아니어도 커피 한잔쯤 옆에 있으면 좋겠고... 스피커에서는 끈적한 브루스나 나른한 보사노바 정도면 딱 좋겠고...

나 청순해 보여 ?

jelsomina jelsomina
2003년 05월 14일 08시 25분 20초 1080 2 16
또 말썽을 부리는 위장병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이렇게 잊을만하면 한번씩 도지는 위장병 때문에 건강한 몸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는데,
정말이지 몸이 아플때는 만사가 다 귀찮다
시나리오고 뭐고, 여자고 사랑이고 뭐고.. 정말이다 .. --;

일찍 일어나 심심해서 뒤적거려 보는 인터넷에서 이런글을 봤다

세 노인과 떠난 여행
치매걸린 엄마와 엄마의 남자친구, 그리고 경주로 가 팔순노인인 이모를 데리고 다녔다는 한 여자분이 쓴 글인데 나중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맛난것도 흥미없고, 좋은곳도 그다지 관심없고, 바다를 데려가도 별 감흥이 없는 노인들의 삶이란 어떤것일까 .. 라고 써있다. 그저 오랫동안 못 본 이모를 만났다는 것. 그런 가족간의 끈끈한 정으로 사는 걸까 ? 라는 식으로 마무리가 되있는데...

아니 !~ 도대체 글쓴이의 나이가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삶의 의미에 대해서 말하는데 맛있는거 좋은곳 운운한단 말이냐.... 라는 생각이 들다가 ...

내가 멀 잘못 생각하고 살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냥 남들 가고 싶어하는 멋있는곳 좋은곳 구경하고,
남들 다 먹고 싶어하는 맛있는것 먹고, 남들 다 입고 싶어하는 좋고 이쁜옷 입고.
좋은 집 넓은 집에 살고하는 .. 그런것들..
혹시 그런게 젤 중요한걸까 ? 싶기도 하다 ..
그런거 말고 더 중요한게 우리인생에 있다고 믿는 나는 아직 철이 안난걸지도 모른다.

며칠전 잠실 1단지 신천역 근처의 맥도날드 앞을 지나는데

"나 청순해 보여? ^^ " 하며 큰소리로 친구들에게 달려와 얼굴에 잔뜩 미소를 품고
짠 빙그르 ~ 도는 한 여자아이.

옆에 가던 누나에게 내가 그랬다

" 대사 죽이는데 .."

누나가 웃고 아이들도 따라 웃는다.
저 언니가 정말 예쁜지 안 이쁜지 확인이라도 하려는듯 뒤돌아 세밀하게 관찰하는 보영이.

백설공주 같은 하얀색 레이스가 달린 원피스 드레스를 입고,
머리는 양쪽으로 묵었고. 손에는 꽃그림 천으로 만든 가방을 들었다.
한 고등학교 1학년 이나 2학년 정도로 보이는데 일요일이니 친구들과 미팅이라도 하러 가는건지..
그냥 별 계획없이 일단 만나 쏘다닐려고 나오는건지 알길을 없지만 ..
일요일날 날씨도 맑았고, 사람들도 많았고.. 길가에 나무는 푸르고...

"응 너 청순해 보여.."
하긴 그 때에 멀 하면 청순해 보이지 않겠니..

군산 월명동에 가면 거리 모퉁이에 새벽 6시면 문을 여는 국밥집이 있다
유영길 촬영감독님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무우국 집이라고 칭찬했던 곳인데..
가서 그거 한그릇 먹으면 불편한 속이 좋아질것 같은데... 너무 머네

부르면 그 자리에 있는 가족들을 아직 볼 수 있다는 것. - 할머니의 행복.
남들하는 만큼 나도 그런걸 하며 그래도 의미를 찾는것 - 아줌마의 행복
오늘은 내가 이 거리에서 젤 청순해 보인다는 것 - 소녀의 행복
뱃속이 좀 가라앉아 잠을 편하게 잘수 있게 되는것 - 지금 나의 행복

단순해 질때 비로소 행복이란게 오는걸까 .. 그런 생각이 든다.
젤소미나 입니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so-simin
2003.05.15 04:36
지난 해 연말부터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위장병때문에 몇달 술도 끊고 일도 않고 밥 꼬박꼬박 먹으니 좀 호전이 되었는데 촬영이 시작 되면서 다시 악화되어 몇 주전부터 완전 환자가 되었다 그렇다고 촬영 안 나가고 쉴 수도 없는 노릇이고 밤낮이 바뀐생활이 3개월째. 비가 와 촬영이 없는 오늘도 촬영 항상 끝나고 먹는 저녁 (남들은 아침인)먹던 그 시간에 위의 통증 때문에 잠을 깼다 비 오는 상쾌한(?) 아침. 문을 연 식당이 없어 헤매이며 영화일 한지 몇년에 남은 건 이것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najaa
2003.05.23 11:27
ㅜ.ㅜ 갑자기 서글퍼 지는 인생인걸요....슬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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