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편집 어시스턴트'와의 대화

skim31
2004년 10월 24일 22시 53분 32초 2138 13
나 : 뭐 제가 도와드릴일이라도..?
그 : (십자가를 지고가는 예수처럼)선경씨가 할일이 뭐가 있어요. 제가 해야줘...들어가서 쉬세요.
나 : 그래요? 그럼...(흐흐)
그 : 물론 좀 서운하긴 하겠지만...
나 : (멈짓)하.하.하 그럼 옆에서 수다나 떨어드릴까요.

뭐 이런 상태로 편집실에 앉아있습니다.
함성원 편집실에 최고 잘나가는 조수(음...그러고 보니 한명밖에 없나? --;) 형주오빠는 옆에서 열심히 핸드폰으로 계산기를 두드리면서
몇 프레임인지 계산하고 있고... 저는 신기한 듯 아비드를 쳐다보고 있죠. 정말 손 빠르다...저러다 쥐나겠다..감탄...

그 : 머리에서 열이 나는 거 같아요. 너무 고도의 집중력을 단시간내에 발휘했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죠.
나 : (살짝 데어보고) 아 정말 뜨겁다. 오늘은 이만 하시죠.(흐.흐.흐)
그 : 그래도 감독님이 편집시작하시기 전에 빨리 맞춰놓아야 하니까...아프더라도 우리 최선을 다해요.
나 : 넵..우..리..

그래서 또 이렇게 앉아있다가 컴퓨터를 켰습니다.
기사님도 그렇고 형주오빠도 참 좋은 분들이셔서 편집실오는 발걸음은 항상 가볍습니다. 룰루랄라...^^
하지만 곧 감독님 오셔서 편집이 시작되면
"선경아. 이컷트 어딨니? 바스트는 없니?"
하시면 머리를 긁적긁적 서류를 열었다 닫았다 난리를 치면서 찾아야 한답니다.
빨리빨리 찾으면 "얼...괜찮은 스크립터군..."하겠지만
도대체 뭘 찍었는지 모르는 경우 정말 편집에 방해꾼이 되겠죠. 감독님의 기억력에 치명타를 가하는...그야말로 걸거치는 스크립터스...
감독님과 함께한지도100회차가 넘었는데 감독님 마음이 좀 보여야 할텐데...모니터 앞에 앉아서 느는것은 독.심.술..ㅋㅋ
열심히 형주오빠가 하는 거 보면서 촬영 풋티지들을 외우는 수밖엔 없네요. 에고고...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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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do
2004.10.25 01:50
선경아.
독심술 이런거 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그냥 푸티지를 외워라.

뷰티풀 마인드 봤지?

깨달음이 올꺼야... ㅋㅋ.

뷰티풀 임사마. 수고.

P.S : 퍼펙트 김에게도 안부 전해주게나.
skim31
글쓴이
2004.10.25 11:30
여자 정혜라는 영화 있잖아요. 그거 베를린 갔데요.
그래서 자기도 베를린 김이라고 불러달라고 그러던데...
근데 갑자기 깐느 박에 밀린다면서 다시 취소하겠데나...ㅋㅋ
깐느 박...멋져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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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kcjini
2004.10.25 14:29
아... 그.. 목소리만.. 듣던.. 함성원편집실의.. ㅠ_ㅠ 음.. 아.. 데이터 빨랑 빨랑 넘겨드리지 못함에..
그 분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무거워 지네요... 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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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oson
2004.10.25 17:01
혼자만 고생시키는것 같아서 미안하군...
나도 수요일부터 사무실에 나갈 예정이니....
같이 맛있는거 먹자꾸나...3000원 미만으로...-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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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do
2004.10.25 18:51
그렇지.

깐느 박이 또 쟁쟁하쟎아.

나, 박찬욱 감독님... ㅋㅋ.

언젠간 이런 글 쓰게 될거야.

깐느 박, 장춘 또 가다.
asadawa
2004.10.25 21:25
나 손가락 부러졌단다...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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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meister
2004.10.26 11:43
제작현장 최고의 일지라고 생각합니다.
읽을때마다 재미남~~
skim31
글쓴이
2004.10.26 11:52
누가 이 윗분 맛있는 것좀 사다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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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meister
2004.10.27 09:25
먹은걸로 하겠습니다~~^^
나중에 뵙게 되면 제가 맛난거 사드릴께요.

청연 프리때 약간 발을 담궜던 적이 있어서...
관심이 아주 많답니다.
그래서.. 기대도 크고요.

멋지게 만드세요~~
영화말고 제작일지..ㅋㅋㅋ
aaron1016
2004.10.28 00:41
깐느 말고 부산이라도 가야겠다..~
그냥..회먹으러..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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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sh95
2004.10.28 16:49
아론아 나랑 멸치에다 고추장 바르자
ㅋㅋㅋ
skim31
글쓴이
2004.10.29 13:08
앗..똥똥쓰...최기사님이다.^^
shortfilm
2004.10.30 20:36
형주씨가 아프시군요..전 같은 편집실에 있었던 '주***' 스크립터입니다. ㅎㅎ
훌륭한 오퍼레이터죠..ㅋ 저도 편집실에서 제일 싫어했던 소리가 '다른컷없니?'
'이컷 타이트바스트있니?' 였는데-..- 나중에는 감독님이 알아서 찾으시더군요.--.
안부전해주시구요..저희팀이 편집실에 제일 늦게 들어온것 같은데 제일 빨리 짐뺀것 같아요 ㅎㅎ
남은작업도 열심히 하시구요. 녹음실로 넘어갈때도 긴장하셔야 합니다.
'이 소리가 몇번째 테이크에요?'
그게 더 골때리거든요...피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