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화 문신의 역사

grefa
2006년 09월 22일 17시 38분 38초 5727
해바라기문신.jpg

제 8화 문신의 역사

<해바라기>의 주인공 태식이를 표현하는 것 중 제일 중요했던 부분은 역시 전신을 다 덮은 문신!!

프리 때도 K양은 다른 건 몰라도 문신은 정말 잘해야한다(연결해야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프리때 캐릭터를 잘 표현할 문신의 도안을 특수분장팀이 피고름으로 짜내고 있을 때 나는 옆에서 괜실히 땀을 짜내고 있었다. 고뇌는 나눌 수는 없어도 나름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디자인만 뽑아내면 프러덕션 기간에서 쉽게 가겠지했는데 만만의 콩떡이었다. 실제 영화찍는 내내 문신의 일정은 무시 못할 WORK였다.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한두번 문신하면 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문신이라면 이가 갈릴정도로 지긋지긋하게 했다. 사람이라는 게 그냥 목석처럼 서있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을 지닌 동물이라 과격한(?)행동이 있는 씬이 있는 날이면 모니터에 달라붙어 확인해야 했다.
내가 이러한데, 특분팀 마음은 아마 센불에 졸인 간장처럼 눌러붙었을 것이다.
이런 식의 마음졸임은 문신할 때의 마음졸임에 비하면 또한 별것 아니다.

처음 문신할 때는 정말 24시간을 꼬박 다 쓰는데, 다들 긴장하고 작업을 해서 아무말도 없었다. 음악을 틀어놓고 싶어도 집중력을 흐리게 될까 조심스러웠다. 사실, 나같은 경우는 기술을 쓰는 것도 아닌데 그 긴 시간을 주저리주저리 떠들지도 않고 오래 버티기란 힘들었다. 그래서 중간중간 마실다녀오고 그랬는데, 그게 왜 그리 죄책감이 드는지...이제야 밝히지만, 그때 일촬표 돌리러 간거 아니었어. 정말 미안해, 특분팀~~!! -_-

또한 급하게 일정을 빼내려해도 그 부분이 문신이 나와야하는 부분이면, 그 전날을 완전히 소비해야하기 때문에 마찰은 기본이요,이틀을 옮기는 효과를 내기 때문에 여러 파장효과 때문에 머리에서 쥐가 났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뭐냐고?
다들 나중에 문신이 나오는 시나리오를 쓸 경우, 정말 잘 생각하고 써라.
우리 영화야 과거를 나타내는 매우 중요한 표현수단이었지만, 그냥 미장센을 위한다거나 시나리오의 한줄 첨가된 것 때문에 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더!!!!

그래도 해야한다 싶으면, 몇가지 사항을 주고 싶다.

1. 문신은 등이나 가슴을 하는 것보다 팔 한짝하는데 훨씬 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러니,
면적이 작다고 팔에다 하는 우를 범하지 말것.
2. 한번 할때마다 정말 배우는 죽어난다. 한명이 붓을 들고 몸에 그림을 그려도 간지러워
죽을 것 같은데 4~5명이 달라붙어 하면 그게 어디 고문이지
...그러니까 꼭 스케줄은 몰아주자.
3. 문신작업은 시간을 주면 줄수록 잘나온다.
당연하지만...이 당연한 사실이 현장에서는 신경쓰기 진짜 힘들다.
4. 문신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문신에 대해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함부로 카피했다가는 난리난다. 꼭 디자인을 새로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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